산업 기업

"메모리 재고 곧 정점 찍는다"…삼성, 2분기가 진짜 시험대

[삼성도 반도체 감산]14년만에 영업익 1조 아래로

작년말 재고 29조로 77% 증가

"필요 물량 충분" 과감한 감산 결정

반도체 부문 4.2조 적자 봤지만

스마트폰 호조로 겨우 손실 만회

실적 본격 반등은 3분기에나 될듯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줄어든 것으로 발표된 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 갤럭시 광고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줄어든 것으로 발표된 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 갤럭시 광고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의 1분기 ‘어닝쇼크’가 메모리반도체 감산 결정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온 삼성전자가 미래 수요에 대응할 공급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감산 선언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 1위 삼성전자의 결단으로 시장 반등 시점이 앞당겨지게 됐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당분간 삼성전자의 혹한은 이어질 것이어서 이 시기를 어떻게 준비할지가 관건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감산 효과가 가시화되기 전이면서 스마트폰 판매 효과 또한 사그라질 2분기가 삼성전자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필요 물량 확보…메모리 생산량 하향"=7일 공시된 잠정 실적 발표 후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별도의 설명 자료를 내고 실적 악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흐름에 동참해 감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는 중”이라고 감산 계획을 밝혔다. 이어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지만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감산 결정을 실적 악화에 등 떠밀려 내린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내린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그동안 난도가 높은 선단 공정,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비트그로스(BG·비트 단위로 환산한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 제약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를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존 주력 제품인 DDR4를 중심으로 감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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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재고 압박도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재고는 29조 576억원으로 전년(16조 4551억 원)보다 76.6%가 늘었다. 재고가 쌓이면서 메모리 재고 자산 평가 손실이 커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영업손실도 예상보다 크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4분기 메모리반도체 재고를 15조 원대로 가정하면 1분기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2조 원대 중반을 웃돌 것”이라고 추산했다.

◇감산 효과까지 6개월…2분기가 ‘시험대’=삼성전자는 1분기에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분기 적자’는 면했다. DS 부문이 극도로 부진했지만 모바일(MX) 사업부의 갤럭시 S23 판매 호조로 실적을 상당 부분 만회한 결과다. 삼성전자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4분기 이후 한 번도 없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1분기 부문별 영업이익을 DS 부문 4조 2870억 원 적자, MX·네트워크 부문 3조 2750억 원 흑자로 예상했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2분기에도 4조 4200억 원 적자로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가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감산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기는 했지만 2분기 실적은 1분기와 비슷하거나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감산 효과가 나타나려면 통상 6개월가량이 걸려 2분기에 실적에 반영되기 어려운 데다 갤럭시 S23 또한 출시 효과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은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은 ‘숨 고르기’를 한 번 해야 할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면서도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인 2분기는 1분기와 비슷하거나 약간 마이너스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메모리 재고 수준은 곧 임계치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인해 메모리 재고 수준은 2분기 내로 피크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감산 기조는 수요 측의 구매 심리를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현물 가격 인상으로 선행 반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효과는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감산을 계속 밀고 나갔다면 분기 적자 현실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단기적인 감산으로 재고를 털고 가면서 전반적인 사업 전략을 재정비할 여력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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