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일랜드RTE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계속 핵을 보유했다면 러시아가 침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 포기에 동의하도록 설득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크라이나가 계속 핵무기를 갖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이 같은 어리석고 위험한 일을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은 1994년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 핵 포기 협정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을 주도했다. 이 양해각서에는 옛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 등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합성을 보장받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핵탄두 1656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6기, 전략핵폭격기 40대 등을 가진 세계 3대 핵보유국이었다. 합의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국경과 자치권을 존중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러시아·미국·영국 등 3대 핵 강국이 이 협정에 서명했고 프랑스와 중국도 일정한 보증을 약속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하지만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침공과 최근의 침공을 통해 합의를 위반했기 때문에 당시의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설득한 것이 근시안적이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이 협정을 깨뜨리고 먼저 크림반도를 점령했다”며 “우크라이나는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나는 이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계속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참담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해 말 “우리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받았지만 이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침공당했지만) 전 세계는 우리의 안전보장을 위해 달려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다만 당시의 합의가 없었더라도 우크라이나가 계속 핵무기를 갖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킹스칼리지런던의 연구조교 클라라 게스트는 지난해 3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는 결코 핵무기와 시설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부품을 제조 및 생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