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은행이 주요 업무·사업을 중단하거나 매각하고자 할 경우 금융 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은행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다. 2021년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청산 사태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걸 막겠단 것이다. 은행이 정기주주총회에 보고해야 하는 내용 및 위반 시 과태료 부과 기준도 구체화했다.
9일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실시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은행이 영업의 ‘중요한 일부’를 폐업하거나 양도·양수하는 경우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구체적 기준을 마련한단 내용이 주요하게 담겼다.
현재 은행법은 은행업의 일부 폐업이 아닌 ‘전부 폐업’만을 금융위 인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2021년 한국씨티은행이 일부 사업인 소매금융 폐쇄를 결정할 당시 관련 인가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대신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에 고객불편 최소화 등을 위한 상세 계획을 충실히 마련?이행하라는 조치명령을 내리게 됐다.
이후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회사의 건전성 훼손 방지, 건전한 거래질서 유지 등을 위해 은행업 일부 폐업에 대해서도 금융위 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3월 은행법을 개정했다. 이번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은 은행법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일부’의 폐업 기준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은 앞으로 자산액 및 총이익을 기준으로 전체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영업부문을 폐업할 경우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한다. 영업의 일부 폐업과 일부 양도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점을 고려해, 영업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기준이 적용된다. 영업 양수의 경우 자산액?총이익 기준에 더해 인수할 부채액이 부채총액의 10% 이상에 해당한다면 이 역시 금융위 인가 대상이다.
이밖에 금융 당국은 은행이 정기주총에서 보고해야 하는 내용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은행의 정기주총 보고 의무를 규정하는 은행업 감독규정 제41조의 내용이 지난달 은행법 개정으로 상향 입법됐기 때문이다. 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대출 및 지급보증 이용자에 대해 해당 회계연도 중 신규 발생한 채권 재조정 현황 등 일정 사항을 정기주총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번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과 정기주총 보고의무를 위반한 은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은 기존 은행업 감독규정 내용과 동일하게 100억 원으로 설정됐다. 과태료 부과 기준은 3000만 원 이하로 정해졌다.
입법예고 기간은 10일부터 오는 5월 22일까지다. 시행령 개정안은 이후 법제처 심사 및 국무?차관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올해 9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