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관련 단체 의견을 듣고 민주당에 중재안을 제시해 협상하기로 했다. 과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제동을 거는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은 9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금까지 야당의 일방적인 본회의 회부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 11일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중재안을 마련해 이를 바탕으로 야당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협의회 결과를 설명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의 권한 및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을,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실형이나 집행유예 기간 이상의 일정 기간 동안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민주당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당정이 각계 의견을 수렴한 중재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대학생들이 1000원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희망하는 전체 대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농림축산식품부·교육부와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총선을 앞두고 대표적 ‘스윙보터(부동층)’로 떠오른 청년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최근 4·5 재보궐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충격에 빠진 당 조직을 정비하는 작업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재보선 패배에 위기를 절감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총선 대비를 위해 시도당 조직의 전면 쇄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차원에서 김 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임 후 첫 전국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소집한다. 김 대표는 이번 회의에서 조직 쇄신과 기강 확립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7일 윤재옥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원내수석부대표 등 주요 당직 인선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이르면 상반기 중 전국 당원협의회에 대한 당무 감사에 착수한다. 당무 감사 결과는 현재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맡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들에 대한 총선 공천의 평가 지표로 활용된다. 해당 지표 활용이 현실화할 경우 영남권 현역 의원 등을 중심으로 물갈이 공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영남권은 타 지역보다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어서 당내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3명 중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33명, 대구·경북은 25명으로 영남권 비중이 절반 이상이어서 영남권 물갈이 공천은 당내 주류 세력의 세대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물갈이 공천이 대통령실 검찰 출신 참모들의 낙하산 공천을 위한 포석으로 이용될 경우 중도층 유권자의 이탈을 불러 당 총선 전략에 도리어 악재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 검찰 출신 참모들이 공천을 받을 대표적인 지역으로 영남권이 거론되면서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같은 영남권 중진인 윤 원내대표 지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 원내대표는 선거 직전 토론회에서 “(현역 의원) 누구도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 대상이 되거나, 경선도 못 해보는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며 “공천에 억울함이 없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