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가 아라한강갑문입니다. 15분 정도 강물을 채워 수위를 맞추면 갑문이 열리고 한강에서 경인아라뱃길로 나갈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오후 12시 50분께 여의도한강공원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가 1시간 20분 정도 달리자 경기도 김포시 전호대교 아래 아라한강갑문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한강 유람선이나 바다 여객선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에 배에 탑승한 기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 경험하기 어려운 갑문 체험이 서해뱃길을 오가는 유람선의 큰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 초 서해뱃길 사업 시행에 앞서 이날 기자설명회를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여 년 만에 재추진한다고 밝힌 서해뱃길 사업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다. 시는 여의도에 2026년 상반기 서울항을 조성해 한강~경인아라뱃길 유람선을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크루즈 관광객을 대거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서울항 조성에 앞서 여의도 선착장을 먼저 조성해 내년 초부터 서해뱃길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선착장은 마포대교 남단과 서울항 예정지 사이에 있는 아라호 임시선착장 자리에 마련된다. 연장 102m, 폭 32(45)m 규모로 1000여명을 실을 수 있는 1000톤급 이하 선박 3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선착장이 완공되면 내년 1월 선박 시범 운항을 거쳐 내년 2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여의도 선착장 조성과 운항 선박 도입은 순수 민간자본으로 이뤄진다.
우선 협상 사업자로 선정된 현대해양레져는 정기 운항 노선을 연간 150회 운영할 방침이다. 기본 노선은 여의도 선착장∼아라김포여객터미널∼아라인천여객터미널이며 향후 민간선사,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덕적도 등 서해도서 등으로 운항 노선을 점차 확대한다. 지난해 10∼12월 1000톤급 선박으로 15회 시범 운항할 당시 3838명이 이 노선을 이용했다. 김진만 현대해양레져 대표는 “미국 뉴욕 페리 연간 이용자가 4500만~4600만명, 태국 방콕(짜오프라야강)은 6000만명, 영국 템즈강은 3000만명인데 한강은 100만명 미만"이라며 “5년내 한강에서 배를 이용할 사람이 1000만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정기적으로 유람선이 운항되면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하고 수상과 육상 연계 관광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전에 배를 타고 한강 유람, 선상 공연을 경험하고 오후에는 배에 싣고 온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리거나 서해섬 투어가 가능하게 된다는 의미다. 서울항 조성으로 5000톤급 크루즈가 한강에 정박할 수 있게 되면 한강에서 출발해 군산항, 목포항 등을 거쳐 제주항까지 유람하는 크루즈 관광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에 서해뱃길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볼거리 확충이 시급해 보인다. 여의도부터 아라인천여객터미널까지 2시간 넘게 소요되지만 여의도를 떠난 이후부터는 갑문, 아라폭포(국내 최대 인공폭포)를 제외하면 볼거리가 없었다.
갑문까지 가는 과정에서도 한강변에는 아파트 단지들만 보였고, 갑문을 지나면 높은 둑 때문에 주변 경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2027년말 마포 하늘공원에 조성될 ‘서울링’을 대표 명소로 꼽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환경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환경 단체와 서울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대형유람선 운항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한강 준설이 필요하고, 갑문으로 물길이 막혀 수질 오염 및 한강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날 둘러본 노선은 2012∼2014년 2년간 운항하다 환경 피해 우려와 예산 문제로 중단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5월부터 서울항이 수생태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것"이라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용역과 한강 주운수로 인근의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어업피해 영향조사 용역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