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정은 발빠른 대응에 '현대엘리' 주가 다시 하락세 [시그널]

배당금 확대 등 '주주 친화책' 예상 물거품 영향

쉰들러 '경영권 분쟁' 촉발도 쉽지 않다는 분석

한상호 전 대표 은퇴에 현회장 대신 배상 가능성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쉰들러홀딩스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것과 관련해 현대엘리베이(017800)터에 내야 할 1700억원의 손해배상금 중 일부를 현대무벡스(319400) 주식으로 변제하기로 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현 회장이 손해배상금 마련을 위해 배당금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에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최종 판결 이후 3만6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현 회장이 예상보다 빠른 대응에 나서면서 실망한 주주들의 매물 출회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현정은(왼쪽) 현대그룹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현정은(왼쪽) 현대그룹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3% 하락한 3만3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가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무벡스 주식으로 손해배상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지난 6일 6.9% 하락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하향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대법원이 쉰들러의 최종 승소판결을 낸 직후인 지난 달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21.9% 상승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 회장이 배상금 마련을 위해 현대엘리베이터의 배당금을 확대하는 등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데다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이 반응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채권 잔액을 단기간에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에 공탁된 200억원도 회수할 계획이다. 현 회장은 2019년 2심에서 패소하며 현대엘리베이터에 선수금 1000억원을 내고, 법원에 200억원을 공탁한 바 있다.

다만 현 회장이 대물 변제와 공탁금만으로 손해배상금과 이자를 모두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판이 9년간 이어지며 이자가 계속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연이자를 포함한 총 배상액은 2000억원대 후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호 전 대표의 배상금 납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현 회장이 내야하는 배상금 1700억원 중 190억원에 대해선 한 전 대표도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적시했다. 한 전 대표는 2018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 전 대표가 실제로 배상 책임을 지지는 않고 현 회장이 모두 배상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쉰들러가 현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필요성이나 손실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거나, 이를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현 회장이 17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쉰들러는 지난 5일 대법원에 손해배상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요구할 수 있는 '집행문 부여'를 신청했고, 다음날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사회를 열어 현 회장의 현대무벡스 보유 주식(21.13%)으로 배상금 일부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863억원 규모로 대물변제가 마무리되면 현 회장이 납부해야 할 배상금은 600~7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든다.

현 회장은 나머지 손해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 등에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자산과 어머니인 김문희 여사 등 가족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현금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대부분의 자금을 경영권 방어 등에 사용해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결국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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