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사기 업체의 내부 자료라도 신빙성이 있으면 과세 근거로 삼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업체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한 A씨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과세 당국은 A씨가 폰지사기 업체에서 받은 이자·사업소득 5억80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2020년 9월 세금 1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A씨는 과세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업체에서 받은 돈보다 돌려받지 못한 투자피해액이 더 커 사실상 사업소득이 없었음에도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업체 자료에 신빙성이 있고, 이를 근거로 한 과세 처분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폰지사기는 오직 다단계 구조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토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금·수익금 지급 현황을 장부에 기계적으로 정리하는 게 사업 유지의 필수 요소”라며 “설령 A씨가 받은 수당보다 재투자로 인한 피해액이 더 크더라도 재투자는 총수입액에 포함한 수당을 처분하는 한 방법에 불과해 사업소득액 산정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