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최대 순간풍속 초속 30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으로 8000L(리터)급 초대형 진화 헬기조차 발이 묶이는 등 공중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산림 당국은 8000L급 초대형 헬기를 비롯해 헬기 6대를 산불 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동해안지역에 전진 배치된 지자체 임차 헬기 4대를 비롯한 진화 헬기는 워낙 바람이 강해 이륙조차 하지 못했다.
평균풍속 초속 15m, 순간풍속 초속 30m의 남서풍 영향으로 헬기 담수조차 쉽지 않아 공중 진화가 불가능한 상태다.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 6대는 동해안이 아닌 원주 등 영서 지역에서 이륙한 헬기다.
현재 이륙한 헬기에서 느끼는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60m에 달한다고 산림 당국은 설명했다. 담수하기 위해 하강하는 순간 강풍으로 자칫 헬기가 휘청이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불 진화 헬기가 이륙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것은 '이륙 시 풍속 제한' 때문이다.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불 때는 안전을 고려해 헬기가 이륙할 수 없다.
초대형 헬기조차도 계류장에서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면서 바람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봄철 동해안 ‘양간지풍(襄杆之風)’ 위력 실감
이번 강릉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초대형 헬기의 공중 진화조차 불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양간지풍(襄杆之風)’이 꼽힌다.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은 양양과 고성 간성사이, 양양과 강릉 간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일컫는다. 봄철 동해안에서 부는 태풍급 강풍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이렇다 보니 산불은 진화대원과 장비를 투입한 지상 진화 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산불 확산에 소방청은 최고 대응 수위인 소방 대응 3단계,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했다. 산불로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것은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기해 대응 수위를 '산불 3단계'로 한 단계 올렸다. 산불 3단계는 예상 피해 면적 100∼3천㏊, 평균 풍속 초속 11m 이상, 예상 진화 시간이 24시간 이상에서 48시간 미만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산림 당국은 소방 당국과 함께 진화 장비 107대와 진화대원 1천41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경찰청도 강릉경찰서 전 직원을 비상소집하고 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400여 명을 투입해 안전 확보에 나선 한편 7번 국도 즈므고가교∼경포 방향 5㎞ 구간의 교통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풍으로 인해 헬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 달라"며 "진화 과정에서 대원들과 주민들의 인명사고가 없도록 온 힘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축구장 144배 면적 산림 탄 듯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산불은 발생 지점에서 2㎞가량 떨어진 해안가로 번진 데 이어 북쪽으로 확산 중이다. 산림 당국은 현재까지 축구장 면적(0.714㏊) 144배에 이르는 산림 약 103㏊가 탄 것으로 추정한다.
시설 피해는 현재 주택 128채, 펜션 12채가 전소 또는 부분 소실됐으며 기타 1채와 호텔 4동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강원도는 파악했다. 현장에는 경포대초등학교 바로 뒤편으로 검은 연기가 드리운 모습이나 에디슨 발명품을 소장한 박물관 옆까지 불이 옮겨붙고 도 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까지 불길이 번져 실제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집계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