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빗방울

김왕노


이 봄밤 빗방울이 나를 적신다 생각하면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봄밤 빗방울이 나를 때린다 생각하면

나는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는 것이다.

봄비지만 하늘변죽을 울리며 멀리 천둥 치고

이 봄밤 빗방울이 흘러내린다 생각한다면



나와 누군가의 사랑이 이별로 흐르는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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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밤 빗방울이 맺혀있다 생각한다면

나와 누군가 사랑이 그리움으로 익는 중이다.

오늘은 어두운 창가에 눈발인 듯 빗방울 붐비고

꽃불 인다고 봄 산이 탈까요. 꽃 피자 천둥 치자 오시는 비는 야속했지요. 꽃가루 씻기는 거야 내 아픔이지만, 벌 나비 젖어 날개가 상할세라. 사랑인지도 모르고 젖고, 미움인지도 모르고 맞았습니다. 이별인지도 모르고 흐르고, 그리움인지도 모르고 맺혔습니다. 내가 꽃 피자 낙화하는 동안, 당신은 사랑을 점치고 계셨군요. 빗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중창호 안에서. 괜찮아요, 하나라도 울지 않는 봄밤이길!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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