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단독] "시중銀 배임 늪 빠질수도"…회계법인의 '충당금 경고'

당국 압박에 작년 1조 넘게 쌓아

'예상손실 이상땐 배임논란' 지적






시중은행들이 자체 기준 이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은 데 대해 감사를 맡은 일부 회계법인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위기 대응을 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압박하고 있어 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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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일부 회계법인이 은행 측에 이같이 지적한 것을 확인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회계상 일관된 기준으로 예상 손실을 추정하고 이에 맞게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계법인 측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은 회계상 손실로 잡히는 만큼 은행들은 예상 손실을 측정할 객관적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 예상 손실 이상으로 충당금을 쌓는다면 수익을 의도적으로 줄인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고 이 경우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당국의 요구에 맞춰 역대 최고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총 6조 4314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 734억 원 늘었다. 코로나19 위기로 금융 리스크가 불거진 2020년에 적립한 충당금(5926억 원)의 두 배에 가깝다. 이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2020년 평균 148.06%에서 2022년에는 238.14%로 급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법인 은행 담당 임원은 “코로나19 위기를 넘는 과정에서 누적된 금융 리스크를 어느 수준으로 봐야 할지 당국과 은행 어느 쪽도 명확히 가늠하기 어려워 생긴 문제”라며 “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일단 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식으로 나오면 은행의 회계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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