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시진핑의 ‘레드 카펫’






집권 3기 체제에 돌입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 빠른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초청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크렘린궁의 레드 카펫을 밟았고 중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의지를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달 초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중국으로 국빈 초청해 레드 카펫을 밟게 했다. 이어 14일에는 중국을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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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1일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자유주의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국의 수출을 통제하고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해 서방국가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시 주석의 ‘레드 카펫’은 선물을 주고 더 큰 부담을 떠넘긴다는 점에서 ‘독이 든 사과’나 다름없다. 중국은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에어버스의 항공기 160대 판매 계약과 컨테이너선 16척 수주 약속을 선물로 안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선물에 취한 듯 12일 기자회견에서도 “동맹이 된다는 것이 우리 스스로 생각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내치에서 장기 독재 체제를 굳힌 시 주석의 대외적 ‘레드 카펫’ 공세에 거침이 없다. 이제 레드 카펫을 밟게 될 룰라 대통령에게도 보건·농업·교육·금융·산업·과학 등 20건가량의 선물 보따리를 안기고 중국 편을 들어줄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할 것이 뻔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등과 연쇄 회담을 숨 가쁘게 소화한 시 주석은 우리에게도 당근과 채찍을 내밀면서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얄팍한 유혹에 넘어가 동맹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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