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새로 교체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경영진에 여권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잇단 사고의 책임을 물어 사장을 해임 조치한 코레일의 자회사에는 대통령실이나 총선 출마 경력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내려앉고 있다.
1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달 말 코레일관광개발과 코레일유통은 신임 사장에 권신일 전 에델만코리아 부사장과 김영태 전 대통령실 국민소통관장을 각각 임명했다. 권 사장은 오랜 기간 홍보 업무를 해온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한 여권 인사다. 김 사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 등을 맡은 인물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놓고 불거진 기자와의 논란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코레일로지스는 최근 신임 경영관리본부장(상임이사)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관과 대통령직인수위 등을 거친 이준우 전 국회정책연구위원을 선임했다.
코레일 자회사인 에스알은 여권 정치인들을 잇따라 사외이사에 앉히고 있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의 민정심 전 남양주시의원에 이어 지난달에는 우리공화당 수석대변인 출신으로 21대 총선에도 출마했던 인지연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임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은 이달 초 허종길 전 창원시 마산회원구청장을 기획이사에 선임했다.
이를 두고 취임 전 문재인 정권의 보은 인사를 강하게 비판했던 원희룡(사진) 국토부 장관의 소신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장관은 지난해 5월 인사청문회 당시 “보은성 인사라도 정도껏 해야 한다”며 “황당할 만큼 전문성 없는 사람은 공기업 인사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 산하 기관장 등의 잇따른 교체에 원 장관의 파워가 증명되고 있다는 뒷말도 나온다. ‘실세 장관’이라 다른 부처의 돌아가는 분위기와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원 장관 취임 이후 임기 도중 물러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은 해임된 코레일 사장을 비롯해 LH와 도로공사·인천공항공사·도시주택보증공사(HUG) 사장 등 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