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을 맞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 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이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화에 나선다. 세계 최초로 개발·양산한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글로벌 주요 반도체·파운드리 기업에 공급하고,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분야에서도 신기술 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AMAT), 램 리서치(LAM Research), 네덜란드의 ASML 같은 글로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 기업설명회에서 “기술 개발은 이미 마친 만큼 글로벌 주요 고객사의 신뢰를 확보해 공급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은 “세계 최초로 ALD 장비를 개발하는 등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외 경쟁사들에 비해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그 원인은 공급처가 일부 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하는 등 최근 악화한 반도체 시황에 대해서는 “오늘은 항상 어렵고, 과거는 항상 쉬웠으며, 미래에는 항상 희망이 있다”며 극복 의지를 다졌다. 황 회장은 “올해 반도체 신규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기술 전환을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많이 일어날 것”이라며 “기술 전환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 기술을 확보해 미래 시장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반도체 증착(반도체 소자 구동을 위해 필요한 물질을 박막으로 형성하는 과정) 공정에 사용되는 ALD 장비 공급 및 연구개발(R&D)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장비는 미래 기술 트렌드에 맞춰 신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황 회장은 “미래 디스플레이의 핵심 성질을 파악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디스플레이는 변형 가능하고(designable), 몸에 착용할 수 있고(wearable), 씻을 수 있는(washable) 특성이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 확보한 ALD 기술력을 디스플레이 공정에도 적용해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겠다”고 전했다.
태양광 분야는 전기차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패널을 생산하는 설비를 개발할 예정이다. 황 회장은 “전기차 상단에 태양광 패널을 적용해 생성되는 시장은 굉장히 클 것”이라며 “패널의 발전 효율을 높이고 두께를 얇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한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등 3대 핵심 동력이 고른 성과를 내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6.1% 늘어난 4379억 원, 영업이익 20.8% 성장한 1239억 원을 기록했다. 황 회장은 “소부장 산업의 상부에 있는 국내 종합반도체기업들의 경쟁력에 힘입어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지금껏 구축한 신뢰 자산을 젊은 기업가들에게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