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 투명화 정책을 무력화해 사실상 노조의 깜깜이 회계에 방탄판을 두루는 입법에 나섰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1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정부가 회계장부와 같은 노조의 재정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노조법 제27조(자료의 제출)를 삭제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제27조를 근거로 2월부터 노조에 재정 자료를 비치하고 있는지 증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고용부는 9일 최종 자료 요청을 거부한 52개 노조에 대해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이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정부가) 노조 회계 결산 결과를 요구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자의적으로 노조 운영 개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노동계는 노조 회계 자료 제출을 두고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 의원 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고용부는 앞으로 노조에 자료 제출을 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고용부가 여당과 추진하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법안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최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노조에 재정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한 시정명령권 부여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조도 회계 투명성을 위한 법률상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법을 지키지 않고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는 노조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의 법안이 정부 여당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만큼 향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쟁점 법안이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노란봉투법’의 야당 강행 처리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환노위가 이번 노조 회계 관련 법안으로 재차 격돌할 경우 상임위의 파행 운영으로 시급한 다른 입법안들까지도 볼모로 잡힐 우려가 있다고 정치권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