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전면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약속했다. 시 주석은 룰라 대통령을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불렀고 룰라 대통령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룰라 대통령과 만나 “꽃피는 봄에 베이징에서 옛 친구를 만나 매우 친근감이 느껴진다”며 “중국과 브라질은 동·서반구의 최대 개발도상국이자 중요한 신흥 시장국으로, 전략적 동반자로서 광범위한 공동의 이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수준 높은 대외 개방을 추진 중이라며 “양국 관계가 세계 평화와 안정·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은 “취임 후 미주 외 지역 국가를 처음으로 방문했다”며 이번 방중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양국의 실리를 다지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두 정상은 회담 이후 무역·투자, 디지털 경제, 정보통신, 우주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강화를 담은 문건에 서명했다. 양국 간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시 주석은 대화와 정치적 해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회담 전날 달러 패권에 맞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설립한 상하이 신개발은행(NDB)에서 연설하며 달러 의존도를 낮추자며 ‘위안화 굴기’에 힘을 보탰다. 그는 NDB 연설에서 “매일 밤 나는 왜 모든 국가가 달러화를 기반으로 무역을 해야 하는지 자문했다”며 “왜 우리는 자국 통화로 무역을 할 수 없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룰라 대통령은 또 “금본위제가 사라진 뒤 달러화를 (국제통용) 화폐로 결정한 것은 누구였나”라며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반감을 표시했다. 그는 브릭스 은행이 브라질과 중국, 브라질과 다른 국가 간 무역에서 달러화가 아닌 통화를 쓰지 않는 문제점도 지적하며 달러화를 겨냥해 “모든 사람이 하나의 통화에만 의존한다”고 꼬집었다. 중국과 브라질은 지난달 양국 간 무역 거래에서 자국 통화들을 쓰기로 합의하고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대신 경간위안화지급시스템(CIPS)을 이용하기로 하는 등 ‘탈(脫)달러’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설이 끝난 뒤 브라질·중국 고위 관계자들로 구성된 청중이 큰 박수로 화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