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346일 만에 900선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의 2연속 기준금리 동결과 미국 물가 상승률 둔화로 시장의 긴축 우려가 줄면서 2차전지와 게임 등 성장주가 강세를 보였다. 투자자 예탁금과 빚투로 불리는 신용융자는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다만 증시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공매도 금액이나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전날보다 9.59포인트(1.07%) 오른 903.84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90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4일(900.06) 이후 11개월여 만이다. 코스닥 상승세는 개인투자자가 주도했다. 개인은 이달에만 7408억 원을 순매수해 올 들어 순매수 규모가 4조 7206억 원에 달했다. 기관은 3조 1229억 원의 순매도를 보이며 대조를 이뤘다. 코스피도 전날보다 9.83포인트(0.38%) 상승한 2571.49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10일 8개월 만에 2500을 탈환한 후 이달에만 3.8% 오르며 2600선을 바라보게 됐다. 외국인이 이달에만 7130억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11개월여 만에 900선을 돌파하고 코스피도 2500을 탈환한 지 나흘 만에 2600을 바라보는 것은 최근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며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3일 투자자 예탁금이 53조 6239억 원으로 올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도 급증해 전체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3일 19조 5933억 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조 2457억 원 불어났다. 특히 코스닥이 10조 1422억 원(13일 기준)으로 코스피(9조 4510억 원)를 넘어섰다.
2차전지 업체로 올해 코스닥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시가총액 1·2위 에코프로비엠(247540)과 에코프로(086520)가 실적 발표 후 조정을 받다 3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에코프로비엠은 전날보다 3.35%(9000원) 오른 27만 7500원, 에코프로는 0.66%(4000원) 오른 61만 1000원을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긴축 우려가 줄고 시중금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에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 등 성장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다만 단기 과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아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인 대차거래 잔액이 8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1년 11월 16일(80조 2430억 원)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대차거래 잔액은 주식을 빌리고 아직 갚지 않은 수량으로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본다. 특히 코스닥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공매도 역시 집중됐다. 1월 약 835억 원에 머물렀던 코스닥 일평균 공매도 금액은 이달 들어 3769억 원으로 치솟았다.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증가세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코덱스(KODEX) 200 선물 인버스 2X’가 거래량 순위 3위에, ‘코덱스 코스닥 150 선물 인버스’가 4위에 각각 올랐다. 두 종목 모두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상품들로 연초 이후 12일까지 가장 많이 거래된 ETF다. 거래 대금 기준으로는 코덱스 200 선물 인버스 2X(일평균 4760억 원)가 삼성전자(005930)와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 이어 4위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2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매도 대차 잔액 급증 역시 2차전지 과열에 따른 특수 상황으로 기간 조정 리스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