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길어지는 ‘경기 둔화’ 터널, 돌파구는 결국 제조업이다


우리 경제가 경기 둔화의 긴 터널에 갇혔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표한 ‘4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3개월 연속 ‘경기 둔화’ 진단을 내렸다. 그린북이 적시했듯이 경기 둔화 장기화의 원인은 제조업 부진이다. 내수는 완만하게 회복되는 반면 제조업, 특히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수출·설비 투자 부진이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5%로 낮춘 주요 이유로 반도체 불황에 따른 수출·투자 부진을 꼽았다.

위기 징후는 반도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달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자동차·2차전지를 제외한 13개 품목의 수출이 모두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2월 78.4%에서 1년 만에 68.4%로 하락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에서 정보통신기술(ICT)·기계·소재·신산업 등 모든 분야의 매출 지표가 두 자릿수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등 전 세계가 공급망 재편 속에 제조업 육성 총력전을 벌이는 와중에 한국 제조업은 뒷걸음질치는 형국이다.



경기 부진의 늪에 빠진 원인이 제조업이듯 고착되는 경기 둔화에서 벗어날 돌파구도 결국 제조업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 경제 구조상 제조업과 수출이 회생하지 않는다면 내수 진작에도 한계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도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사이클 호전을 바라며 ‘상저하고(上低下高)’만 외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3일 경기 전망과 관련해 “한국의 경우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호전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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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수답 경영’으로는 제조업 부활도, 경기 회복도 요원하다. 정부와 국회는 ‘초일류 제조 강국’을 경제 비전으로 제시하고 단기와 중장기 액션플랜을 마련해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 경쟁력 제고에 마중물이 될 수 있는 파격적인 세제·금융 지원과 선제적인 규제 완화 방안은 필수다. 반도체·배터리 등 기존 전략산업뿐 아니라 전기차·원전·방산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 동력도 전폭 지원해 ‘글로벌 1등’ 제품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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