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이 바로 에코프로(086520)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도체·자동차 등 다른 업종의 주가가 연초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렸다고는 하지만, 2차전지의 수익률만 생각하면 ‘왜 2차전지에 투자하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가 드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포모증후군(Fear Of Missing Out)’이 극에 달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은 계속해 에코프로 3형제에 진입할 시기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잠시 조정이 와도 오히려 기회라고 판단해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에코프로를 사들이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2차전지의 질주에 경고등이 계속 켜지고 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에코프로를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이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코스닥과 2차전지를 중심으로 어떤 징조가 발생하고 있는지 이번 선데이머니카페에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한 달 새 삼성물산(028260) 시총만큼 늘어난 에코프로 3형제
우선 에코프로 3형제라고 불리는 2차전지 대장주들의 몸집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보겠습니다. 이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12조 2982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엄청난 급등세를 꾸준히 보이면서 3월 2일 23조 원을 거쳐 직전 거래일인 4월 14일 44조 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세 달 만에 31조 원, 한 달 만에 20조 원이 증가한 것입니다.
현재 에코프로 3형제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7위인 현대차(005380)(41조 4813억 원)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연초 이후 불어난 규모(31조 원)는 네이버(32조 6458억 원)에 버금갑니다. 연초 이후 에코프로 3형제의 몸집이 네이버만큼 증가한 것입니다. 한 달 기준으로 봤을 때도 삼성물산(20조 5576억 원) 정도의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에코프로에 붙어 몸집을 불렸습니다. 에코프로 3형제의 질주 덕에 코스닥도 지난해 5월 초 이후 11개월 만에 900선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2차전지 관련주의 고공행진은 6만 원 초반대에서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감산 이슈를 타고 6만 원 중반대까지 치솟으면서 많은 개미들이 간만에 상당한 수익률을 냈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개미들이 속출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코스닥 신용잔고·대차잔고 급증한 에코프로
에코프로 3형제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단기 과열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되돌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빚을 내 2차전지의 랠리에 동참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입니다.
13일 기준 전체 신용거래 잔고는 19조 5933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코스닥은 10조 1422억 원입니다. 11일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선 이후 12일에는 10조 1504억 원까지 증가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곧바로 갈아치웠습니다. 코스닥의 신용잔고가 1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 14일(10조 1348억 원) 이후 처음입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1·2위인 에코프로비엠(247540)과 에코프로의 대차잔고가 한 달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대차잔고는 공매도 대기 성격의 자금입니다. 공매도 세력이 얼마나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죠. 지난달 2일 기준 2조 8203억 원에 달했던 두 종목의 대차잔고는 이달 14일 기준 6조 2390억 원까지 급증했습니다.
“보유자의 영역 확고해진 에코프로…신규 진입 고심해야”
에코프로 3형제의 질주에 신용융자와 공매도 대기 자금이 급증하면서 하방 압력이 높아졌습니다. 언제든 하락 추세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신용융자와 공매도라는 두 암 덩어리가 주가의 하방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를 철저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먼저 기존 투자자들은 아직 에코프로 그룹주의 주가가 크게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매도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이미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하락 추세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할 때 곧바로 매도해도 수익 구간에 있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규 투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히 빚을 내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증권사들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수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투자의견을 내렸다는 음모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세부 내용입니다.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에 대한 근거, 국내외 정책의 수혜 정도 등에 대한 의견을 면밀히 살핀 다음 현재 주가와 비교해야 하는 거죠. 그 정도에 대한 판단은 투자자들마다 다를 수 있지만, 신규 진입을 위해서는 단순히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최소한의 전망과 분석이 선행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