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0년 간 인공지능(AI)이 모든 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AI가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12일(현지 시간) 비노드 코슬라(사진) 코슬라 벤처스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최대 축제 스타트업 그라인드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AI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자이자 대표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코슬라 대표는 대화형 AI인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2017년 처음으로 투자하면서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알아본 인물로 꼽힌다. 2019년 투자를 진행한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 앞섰다. 코슬라 대표는 딥러닝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이전인 2011년부터 AI의 중요성을 언급해 ‘실리콘밸리의 현인’으로도 불린다.
이날 스타트업 그라인드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그는 AI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본 이유를 두고 인터넷 분야 창업의 경험을 꼽았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의 시작이 1996년 웹브라우저가 출시된 시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트래픽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기하급수적인 성장 곡선을 이룬 기술들은 처음에는 그 곡선이 평평하고 흥미롭지 않게 보이지만 끝내 변화의 촉매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 챗GPT가 출시됐지만 불과 두 달 전인 9월까지만 해도 출시 여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샘(오픈AI 창업자)도 성공 여부는 알지 못했겠지만 우리 둘 다 AI가 빠르게 성장하는 곡선상에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며 “제품이라기 보다는 실험에 가까웠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 전 세계를 AI로 이끄는 촉매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부터 향후 20년 간 AI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두고 두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 변화 위기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독일이나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수입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했다”며 “비극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에너지원 조달 방식의 전환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후 위기 해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또 다른 기회 요인은 공급망 재편이다. 그는 “팬데믹이라는 끔찍한 사건으로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조달이 위기를 맞게 됐다"며 "자재를 조달하고 시멘트와 철강 공급망을 재창조하는 곳에서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노드 대표는 1982년 소프트웨어 회사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를 창업해 이후 대표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리 잡은 자바를 만들었다. 그는 “창업 당시만 해도 주요 통신사 대표들을 만나면 그들은 절대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를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지금은 그들의 주요 수익원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인텔은 한 공정에서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혁신은 이룰 수 있겠지만 이는 큰 혁신이 아니다”라며 “진짜 혁신은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공유 숙박 모델을 만든 건 힐튼이 아니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에어비앤비는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덧붙였다.
남들이 좇는 바를 따르는 대신 기본에 충실해 풀기 힘든 어려운 문제를 찾아내라는 말도 거듭 당부했다. 그는 “사람들은 불확실하거나 어려운 일을 기피하지만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쉽게 가지 않는 길에서 펀더멘털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