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창용 "급속한 뱅크런 대비…은행 담보자산 상향 검토"

기존 감독체제로는 효과 떨어져

디지털뱅킹 인출 속도 대응해야

은행에 추가담보 요구도 살펴볼것

韓 반도체 등 하반기엔 반등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1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인근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1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인근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과정에서 폰뱅킹 등을 통해 급속한 예금 인출(뱅크런)이 일어난 일을 거론하며 “지금의 디지털 속도로 볼 때 (은행의) 담보 수준이 적절한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이 총재는 이달 14일(현지 시간)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공을 들여온 여러 가지 감독 체제가 디지털 뱅킹으로 인해 그 유효성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은행에 있는 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은행 위기를) 정리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입출금·자금 이체 서비스에서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0.4%에서 2022년 77.7%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번 춘계회의에서도 세계 각국 중앙은행총재 간에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으며 우리 역시 ‘안전장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은행의 담보자산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미 한은은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을 현행 70%에서 8월부터 80%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2025년 8월 이후로는 100%까지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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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한국은행 결제망에 들어오는 기관은 지급 보증을 위한 담보자산이 있는데 결제하는 양이 확 늘면 거기에 맞춰 담보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에 담보를 더 가져오라고 요구하겠다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담보를) 높여야 하는지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만 “SVB 같은 사태가 우리나라에 일어난다는 것은 아니고 우리는 훨씬 안전하다”면서도 “만일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디지털뱅킹으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전 세계 금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 같고 그동안은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에서 지금은 어느 정도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가느냐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나라별로 차이가 있는데 한국·캐나다·호주 등 많은 나라는 금리를 동결하고 앞으로 물가 추이를 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은 금융 상황이 확실하게 정리가 되면 한두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소지가 큰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과 관련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 개선과 중국의 경제 회복이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하면서 “상저하고는 전 세계의 공통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우리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도 “올해 하반기에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하반기 경기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같은 날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급 패널 토론에 참석해 지난해 환율 불안 당시 “외환 당국의 외환 개입이 ‘안정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돌파하는 등 불안이 확산하자 당국은 지난해 3분기에만 환율 방어를 위해 사상 최대인 175억 달러 매도에 개입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9~10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원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에 통화 개입 효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국의 외환 개입은 자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늦춰 투자자들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데 여지를 줄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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