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리튬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미국 등 서방국들이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과 거리를 두자 자원·인프라 개발을 명분으로 그 틈을 파고드는 모습이다.
15일(현지 시간)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 ‘고친’은 13일 아프간 광산석유부에 아프간 리튬 개발을 위해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샤하부딘 델라와르 광산석유부 장관 대행은 수도 카불에서 고친 관계자들과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고친은 리튬 개발을 위해 수력발전소와 터널을 새롭게 건설할 계획이다. 광산석유부는 “이번 투자로 12만 개의 직접 일자리와 100만 개의 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이자 ‘하얀 석유’로도 불리는 리튬을 둘러싼 전 세계 쟁탈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40년 리튬 수요는 2020년 대비 40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030년에는 리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조 달러(약 1300조 원) 이상 규모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간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은 2021년 8월 탈레반 정부가 들어선 후 아프간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1월에는 중국 기업과 아프간 정부가 아프간 북부 아무다리야강 유역의 석유 채굴을 위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지역의 석유 매장량은 870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집권 이후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탈레반 정권도 중국에 호의적인 분위기다. 이코노믹타임스는 “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빈 자리를 메워줄 잠재적인 투자국으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