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들이 2차전지 전해액 제조업체인 엔켐(348370)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최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주가가 하락해 가격 메리트가 커진 데다 점진적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점이 호재로 꼽힌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엔켐을 1206억 원 매수했다. 순매수 기준 삼성전자(005930)(1억 6917억 원), 현대차(005380)(1563억 원), 기아(000270)(1426억 원), LG전자(066570)(1210억 원)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최근 블록딜로 주가가 주춤하자 저점매수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최대주주 브라만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는 블록딜로 173만 주(10.17%)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단가(7만 3781원)를 고려했을 때 총 1276억 원 4113만 원 규모로, 보유 지분은 80만 주(4.53%)로 감소했다. 이 소식에 이날 엔켐 주가는 하루 만에 11.94% 하락한 7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블록딜로 오정강 엔켐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안정적인 경영 체계가 마련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12일 엔켐은 최대주주가 오정강 외 2인(307만 7536주·17.40%)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또 앞서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투자유치 당시 오 대표가 의결권과 우선매수권(콜옵션)을 보장받은 것을 감안하면 향후 오 대표의 지분이 약 38.28%(472만 3139주)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켐 자체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제윤 KB증권 연구원은 “엔켐의 생산능력(CAPA)은 지난해 7만 톤에서 올해 34만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격적인 투자와 글로벌 정책 변화의 영향으로 북미·유럽 지역에서 중국 업체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올해 엔켐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해 엔켐은 전년 대비 137.85% 증가한 509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엔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중국 전해액 업체들의 수출이 막히며 반사 수혜를 볼 것으로도 예상된다. 한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은 IRA 시행으로 미국·유럽 진출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비중국 연합에서 글로벌 4위 CAPA를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가고 있는 엔켐의 시장 장악이 기대된다”고 했다. 엔켐이 중국산 배터리 밀어내기의 최대 수혜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블록딜 발표 전 IRA 수혜 기대감에 엔켐 주가는 5거래일(4월 3일~7일)동안 21.8% 상승한 바 있다.
다만 외국인 수급이 단기 호재일수 있는만큼 투자 과정에서 여러 요소를 살필 필요가 있다. 또 전해액 원료 공급망 내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현재 전해액의 주요 소재인 ‘LiPF6 리튬염’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