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교사 신규 채용을 줄여 교원 규모를 감축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이달 내 ‘2024~2027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 발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지만 적지 않은 규모의 인원이 감축될 수 있다는 관측에 교육계는 벌써부터 반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7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을 적정 규모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단계적으로 교사 신규 채용을 조정하고 교원 인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교대와 사범대학·교육대학원 등 교원 양성 기관의 정원을 조정할 뜻도 밝혔다.
이달 중에 발표 예정인 ‘2024~2027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앞두고 당정이 공식적으로 감축 기조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2년마다 발표되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와 연동해 향후 5년치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수립한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교원 수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었으나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발표가 연기됐다.
당정이 교원 감축을 예고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서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6~17세) 수는 2017년 581만 9000명에서 2023년 532만 6000명, 2027년 472만 7000명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사이 약 19%(109만 명)나 줄어드는 셈이다. 2037년에는 315만 9000명까지 떨어져 300만 명 선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게 통계청의 예측이다.
반면 교원 정원은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다 올해 사상 처음 감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정권 사이 공립 교원 정원은 2017년 32만 8497명에서 2020년 34만 2426명, 2022년 34만 7888명으로 증가했다. 초중고 교과 교원은 지속적으로 줄였지만 보건·사서·영양 등 비교과 교사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해 규모는 전년 대비 2982명 줄어든 34만 4906명이다.
교육부는 퇴직 교원 숫자 대비 신규 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원 규모를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초중등 교원 신규 임용은 매년 감소 추세다. 2017학년도 6022명이었던 초등교원 선발 인원은 올해 3561명으로 줄었다. 특히 올해 서울 초등교원 임용 규모는 지난해 216명에서 1년 만에 절반 수준인 115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신규 채용의 문은 좁아지고 있는 데 반해 교원 양성 기관의 정원은 그대로인 탓에 ‘임용 적체’가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전국 교대 선발 정원은 2012년 3848명에서 올해까지 단 한 명도 줄지 않았다. 당정이 이날 교원 양성 기관 정원 조정의 뜻을 내비친 것도 ‘폭탄 돌리기’가 된 교원 수급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원단체들은 이날 당정 발표에 일제히 반발했다. 교사 수 감소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 감소라는 기계적 경제논리만 내세운 교원 감축 기조는 철회돼야 한다”며 “학생의 관심·진로에 따른 개별화 교육, 전염병으로부터 학생 건강을 보호하는 교실 구축,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 활성화와 고교학점제 등 정책 수요 대응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0.3명, 중학교 22.6명이다. 한국은 지난해 초등학교는 22명, 중학교 26명으로 이보다 많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도 “10년 전부터 교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은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이는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을 충원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학교는 학생 수가 아닌 학급 수에 맞춰 운영된다”며 “교원수급정책은 교사 정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발표될 세부안을 두고 예비교원·교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2018학년도 공립초 교사 임용선발 예정 인원’을 전년의 8분의 1 수준인 105명으로 축소해 발표했다가 교대생들이 집단 반발하자 결국 385명으로 증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순 감축이 아니라 지역 간 교육 여건 격차 완화와 기초학력 보장, 디지털 인재 양성 등 수요를 반영해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당정은 이날 협의회에서 △학생과 산업계 수요 중심 대학 학사제도 개선안 △전문대·일반대 통합시 전문학사과정 운영 근거 마련안 등도 함께 논의했다. 대학 학사 제도는 자율 운영에 방점을 두고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편한다. 또한 전문대가 일반대로 통폐합되는 경우 일반대가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