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자가 18번 홀 그린 옆 물에 몸을 던지는 ‘호수의 여인’ 세리머니는 지난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올해는 장소를 옮겨 새 코스의 여왕을 뽑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510만 달러)이 20일(한국 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텍사스주 우드랜즈의 더 클럽 앳 칼턴 우즈(파72)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메이저로 승격된 1983년부터 지난해까지 40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힐스CC에서 열렸다. 올해부터는 호수의 여인 대신 텍사스의 여인을 가리는 셈이다.
한국 군단에서는 가장 최근에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전인지가 돋보인다. 그는 지난해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LPGA 통산 4승 중 3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채웠다. 2015년 US 여자 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여자 PGA 챔피언십까지 제패했으니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 커리어 그랜드슬램 대기록을 달성한다. 여자 골프에서는 5개 메이저 중 4개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한다.
세계 랭킹 3위 고진영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고진영은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의 18개 대회 무승 사슬을 끊으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2019년에는 ANA 인스퍼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같은 해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메이저 2승을 챙긴 고진영은 4년간 끊겼던 메이저 우승에 다시 도전한다. 또 올 시즌 첫 3개 대회에서 모두 톱 10에 들었던 김효주도 있다. 최혜진·유해란·김세영·유소연·지은희·박성현 등 한국 선수 16명이 정상을 향해 출격한다.
세계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2위 넬리 코다(미국), 4위 아타야 티띠꾼(태국), 5위 이민지(호주) 등이 한국 군단과 우승을 다툴 강자들이다. 이들은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주 하와이 롯데 챔피언십을 건너뛰었다. 롯데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 대회 막차 티켓을 거머쥔 교포 선수 그레이스 김(호주)은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디펜딩 챔피언 제니퍼 컵초(미국)를 포함해 전인지, 이민지(US 여자 오픈), 캐나다의 브룩 헨더슨(에비앙 챔피언십), 남아공의 애슐리 부하이(AIG 여자 오픈)까지 지난해 5대 메이저 우승자가 모두 출전한다.
최대 변수는 역시 바뀐 코스다. 2001년에 개장한 더 클럽 앳 칼턴 우즈는 올해 처음으로 LPGA 대회를 개최한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가 꼽은 2014년 미국 내 신설 베스트 코스 3위이며 잭 니클라우스가 자신이 설계한 코스 중 톱 18에 포함한 곳이다. 티잉 구역에서는 편안해 보이지만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이 물이나 숲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주의를 요하고 그린 경사가 복잡해 퍼트 라인 읽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