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유별난 '명품 사랑'은 짝사랑이었을까.
일명 '에루샤'로 통칭되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국내 매출액이 4조원에 육박했지만 이들 브랜드는 한국 내 기부에 인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형식적이거나, 아예 없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루이비통코리아·샤넬코리아 세 명품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3조93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조2192억원)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명품업체들, 한국서 번 돈 고스란히 해외 본사로
가장 매출이 높았던 브랜드는 루이비통코리아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조6923억원, 영업이익은 38% 급증한 417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69% 성장한 3380억원으로 나타났다.
샤넬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1조5900억원, 영업이익은 66% 성장한 4129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15억원으로 74% 증가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한 650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23% 증가한 2105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23% 늘어난 1538억원이었다.
세 회사는 나란히 배당도 늘렸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225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수치다. 샤넬코리아 역시 전년보다 327.5% 급등한 295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117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는데 전년보다 22% 늘었다.
다만 이들 브랜드는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루이비통코리아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3년째 국내 기부금은 ‘0’원이다. 같은 기간 샤넬코리아는 10억원을 기부금으로 냈고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기부금을 5억6100만원 냈다.
코로나19 팬데믹+가격인상이 호재로…명품 수요 폭증 ‘기현상’
3대 명품 브랜드의 실적 향상 배경으로는 먼저 가격 인상이 꼽힌다. 샤넬은 지난해 국내에서 4차례 가격을 인상했으며, 루이비통은 두 차례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여기에 잦은 가격 인상 정책이 '어차피 살 거라면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명품 소비 심리에 불을 지핀 셈이 됐다. 매장 문을 열기도 전에 달려가서 줄을 서는 '오픈런'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입장 전날 밤부터 줄을 서기 위해 텐트나 침낭이 동원되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온라인에는 ‘명품 줄서기 알바’를 구한다는 구인글까지 쇄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명품에 대한 보복 소비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유동성 확대로 자산 규모가 커진 이들이 증가하면서 명품 수요가 늘어난 데다, 해외여행·명품구매 등 굵직한 소비처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했던 이들의 시선이 명품으로 쏠리면서 인기가 급증했다. 또 이 기간 가상화폐나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가처분 소득이 일시에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가 추산한 지난해 한국의 명품시장은 세계 7위 규모로, 전년보다 4.4% 성장해 141억6500만달러(약 18조6057억원)에 달했다.
1인당 명품 소비액수는 세계 1등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훌쩍 웃돌았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한국 리서치 총괄은 "한국 명품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기간 면세점을 방문하지 못한 내수 수요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며 "특히 명품 소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오프라인 및 온라인 명품 시장의 고른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