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이 죽었습니다. 이런 게 사회적 재난이자 타살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전세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면서 정부 지원 및 대책을 요구하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18일 출범했다. 전국적으로 양산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 및 범정부 차원의 TF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종교·노동·주거·복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것이다. 이날 위원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였다.
사회를 맡은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사회가 마지막으로 보낸 것은 상수도 요금 독촉이었다”며 “피해자들과 함께하고 재발 방지하기 위해 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발언했다.
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공공매입과 피해구제 등) △전세가격(보증금) 규제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경·공매 중지와 퇴거 중단 등을 촉구했다.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기꾼들이 피해자들 거주지 경매 낙찰 받아서 사기로 재활용하고 있다”며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를 비판했다. 또 안 위원장은 “이대로 가다간 사망자가 또 발생한다”며 “임대인 우위의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모든 사람이 잠재적 피해자다”라고 울먹였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정부가 부도 위기 건설사 채권 매입하듯 피해자들의 보증금 채권도 매입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셋값 폭등을 막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주택가격의 70% 또는 공시가격의 100% 이하로만 받을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고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실효성 없는 현행 피해자 구제 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피해자 상담 센터는 ‘지금은 해줄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피해자들의 상처를 헤집는다”고 꼬집었다.
앞서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17일 또 다른 30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위원회는 18일 저녁 7시 30분 인천 주안역 광장에서 사망 피해자 추모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오늘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