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게 나온 것은 소비, 수출, 정부 지출 증가 등 세 가지가 약발을 발휘한 결과다.
중국은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지난해 말까지 거의 3년간 고강도 봉쇄를 해왔고 그만큼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7일 ‘제로 코로나’ 조치를 폐기하면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해 전체 경제성장세를 이끌었다. 창수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오랜 기간 추구해온 내수로의 경제정책 전환이 이번 경제성장세 회복의 큰 원동력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내수 중심 자립 경제로의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 역시 1분기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최근 나온 중국의 3월 수출은 전년보다 14.8%나 급증, 전문가 예상(-7.1%)을 크게 웃돌았다. 아울러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투자 지출 증가도 1분기 경제성장세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5.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이리스 팡 ING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2분기 성장률은 (1분기보다 개선된) 6.0%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2분기 경제성장세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2분기에는 중국 제1의 경제 도시 상하이가 봉쇄되며 중국 전체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한 올해 2분기 성장률은 기저효과로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잡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이 5.2%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로이터가 조사한 전문가 평균 전망치는 5.4%다. 바오우(保五·5%대 성장) 달성이 무난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1분기 경제 성적표는 비관적인 세계경제 전망에서 그나마 밝은 부분으로 평가된다. 최근 IMF는 고공 행진하는 전 세계 물가와 급격한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혼란까지 겹쳐 세계경제가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1분기 성장세가 예상 밖으로 호조세를 보이면서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 발견됐다는 진단이다.
실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2%를 기록하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세에서 3분의 1을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1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도 IMF ‘세계경제전망’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약 4분의 1(22.6%)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단일국가 중에서는 가장 큰 기여도다. 반면 미국의 기여도는 11.3%로 중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아직 1분기밖에 안 됐고 미중 무역 갈등은 격화하고 있으며 미국·유럽 등의 경기도 부진할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이 높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실제 이날 나온 중국의 3월 광공업 생산 통계 중 반도체 생산은 전년보다 3% 감소했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윌러 챈 포사이스바아시아 선임애널리스트는 “부동산 투자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반등이 단기적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나온 중국의 부동산 투자는 5.8% 감소해 시장 예상인 -4.7%를 밑돌았다. 중국 지방정부도 막대한 부채에 시달려 공격적인 재정지출을 하기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푸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 역시 “경기 회복의 기반이 아직 견고하지 않고 내수도 충분하지 않다”고 몸을 낮췄다.
중국 성장세가 호전돼도 세계 다른 나라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중국이 활발한 무역을 통해 경제가 성장, 다른 나라에도 성장의 과실을 전파했지만 이제는 내수 중심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덜할 것이라는 것이다. 루이스 뤄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주도의 중국 경제 회복 때문에 그 수혜가 다른 나라보다는 중국 국내로 돌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