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일본서 흔한 돌고래 고기…수은 '허용치 100배' 나왔다

일본에서 온라인으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돌고래 고기. /사진 제공=ADF일본에서 온라인으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돌고래 고기. /사진 제공=ADF



주문 이틀 만에 배송…가디언 "주기적 섭취 땐 파킨슨·동맥경화 발병 위험”


일본에서 시판 중인 돌고래 고기에서 정부 허용 기준치 100배에 달하는 수은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비영리 해양보전 운동 단체 ‘액션 포 돌핀스(ADF)’가 온라인 유통업체 야후 재팬에서 큰코돌고래 내장 등이 포함된 잡육 두 팩을 구매해 분석한 결과 각각 일본 정부 허용 기준치의 97.5배와 80배에 이르는 수은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10월 13일에 주문한 것이다. 단체는 이틀 뒤 제품이 배송되자마자 일본 내 연구시설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샘플에서는 최대 39ppm의 수은과 1.58ppm의 메틸수은이 검출됐다.

일본 보건부는 수은 0.4ppm 이상, 메틸수은 0.3ppm 이상이 함유된 해산물은 안전하지 않다며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해 왔다.

분석에 참여한 미국 코스탈캐롤라이나대학의 조교수인 러셀 필딩은 “샘플에서 검출된 양의 수은 및 메탈수은을 정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ADF가 의뢰한 샘플은 확실히 수은 허용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고래류 제품을 섭취할 경우 수은 및 기타 오염 물질은 태아 의 신경 및 기억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성인은 파킨슨병, 고혈압 및 동맥경화증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15년 일본의 ‘돌고래의 날’인 9월 1일 오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케어’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돌고래 학살 중단 촉구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연합뉴스지난 2015년 일본의 ‘돌고래의 날’인 9월 1일 오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케어’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돌고래 학살 중단 촉구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연합뉴스


야후 재팬 “큰코돌고래는 번역상 차이…고래일 뿐” 엇나간 해명


ADF는 수은 함량이 높은 돌고래 고기가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일본 경찰 당국에 고발장을 냈다. 또 정부 차원에서 돌고래 고기 시판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한나 테이트 ADF 사무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 슈퍼마켓이나 식당,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돌고래 고기가 더는 취급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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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 10년간 야후 재팬에서 팔리는 고래·돌고래 고기에서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는 수준의 수은이 검출됐다는 여러 건의 분석이 나왔다”며 “그런데도 이와 관련한 정보나 표시 없이 임신부 등 누구나 이 고기를 살 수 있는 건 매우 걱정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돌고래 고기를 판매하는 행위는 일본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것인데도 일본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야후 재팬은 가디언에 이메일을 보내 “ADF가 분석한 큰코돌고래는 ‘돌고래(dolphine)’로 불리기도, ‘거두고래(pilot whale)’로 불리기도 한다. 제품명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전자의 표현을 쓴 것”이라며 “당사에선 돌고래 고기 관련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오직 고래 고기만 판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테이트 국장은 “큰코돌고래는 생물학적으로 돌고랫과에 속한다”면서 야후 재팬의 해명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현재 야후 재팬은 일본 주요 온라인 소매 업체 중 유일하게 고래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지 최대 온라인 업체인 라쿠텐은 2014년 당시 국제사법재판소가 일본에 남극해 고래잡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명령에 따라 고래와 돌고래 고기 판매를 접은 바 있다.

일본 연안 도시 다이지에서 해마다 열리는 ‘돌고래 사냥’의 모습. /사진 제공=ADF일본 연안 도시 다이지에서 해마다 열리는 ‘돌고래 사냥’의 모습. /사진 제공=ADF


日 다이지선 매년 9~3월 ‘돌고래 사냥’…잔혹한 포획 방식으로 악명


이번 보도는 일본 서부 연안 도시 다이지(太地)에서 매년 9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돌고래 사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돌고래들을 좁은 만으로 몰아넣고 작살이나 몽둥이로 학살하는 잔혹한 포경 방식으로 악명이 높다.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로 널리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비판 여론이 고조되기도 했다.

사냥한 고래와 돌고래는 대부분 식용 고기로 유통되며 산 채로 포획한 고래는 수족관으로 보내거나 마리당 1억원가량을 받고 수출한다.

한편 분석 샘플로 사용된 큰코돌고래는 큰머리돌고래, 솔잎돌고래라고도 부르며 몸길이는 최대 4m, 몸무게는 약 500㎏이다.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의 따뜻한 곳에 주로 서식하는데 한국의 근해에서도 발견된다.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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