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통신 3사까지 여파 전망…中 장비 퇴출 '트리거' 되나

[국정원 화웨이 장비조사]

◆ ICT업계 '차이나 리스크'

'화웨이 특정 조사' 아니라지만

5G·유선망까지 사용비중 높아

국내외서 보안 문제 꾸준히 제기

한미 사이버안보 협력 강화 맞춰

통신장비시장 입지 위축 불가피





국가정보원이 화웨이·ZTE 등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 현황 조사에 처음으로 나선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중국 제재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 양국 정상이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았으나 현 정부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차별화된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화웨이 리스크’가 정부 부처를 넘어 민간 기업으로도 확대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장비는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으로 국내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에릭슨·노키아 등 2·3위와 큰 격차를 유지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 본사에서 열린 2022년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지난해 순이익이 69%가량 하락했지만 매출은 6423억 위안(약 122조 원)을 기록하며 0.9% 소폭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도 탄탄한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선두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서방의 화웨이 고강도 제재에도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9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화웨이를 ‘수출 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2020년 7월에는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LG유플러스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미 국무부의 이 같은 압박에 “5G와 관련해 보안 문제가 있는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면서도 “기업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취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제재를 내놓으며 중국 기업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관련기사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장비 조사에 나선 것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사이버 보안 협력이 강화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한미 정보동맹 강화 논의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해 어느 때보다 든든하고 튼튼한 사이버 정보 공조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사이버 안보 협력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5일에는 국제정치·외교·정보기술(IT) 등 학계 전문가들이 ‘한국사이버안보학회’를 창립하는 등 사이버 안보에 관한 관심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한미 동맹 70주년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이버안보학회가 추진하려는 양국 간 사이버 안보 협력 방안 연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학회를 적극 지원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국정원의 전수조사가 당장 화웨이 등 중국산 장비 퇴출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국제사회와 국내 기관·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조사 대상이 정부세종청사 등 정부 부처·공공기관으로 한정됐지만 향후 통신 3사 등 민간 기업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국내에서는 화웨이의 보안 문제가 통신사와 관련해 계속해서 불거져왔다. LG유플러스가 5G 장비의 상당 부분을 화웨이 제품을 쓰고 있고 SK텔레콤과 KT도 유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화웨이 장비 퇴출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가 중심이 되고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화웨이 장비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화웨이와 관련한 보안 위험이 명확히 제시된 적은 없지만 이번 정부 조사를 계기로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이나 방침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 조사와 관련해 한국화웨이 관계자는 “한국에서 보안과 관련해 이슈가 발생한 적이 없다”면서 “(정부 조사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강도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