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형차를 운전하는 A가 수억 원을 호가하는 B의 외제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B는 차를 수리하는 동안 A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사로부터 렌트 비용 상당의 대차료(교통비)를 지급받는다. 대차료는 대부분 동급 차량을 렌트하는 비용으로 보험 처리된다. 과거에는 명확한 대차료 지급 기준이 없어 보험사가 과도한 렌트 비용을 떠안는 경우가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10여 년의 사회적 합의 끝에 2016년 4월부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배기량이나 연식이 유사한 동급 차량으로 렌터카를 제공하도록 했다.
약관이 개정되기 전에는 수억 원이 넘는 가해자의 외제차와 똑같은 차를 렌트해야 해 차량 수리비보다 렌트 비용이 더 나오는 황당한 경우를 개선한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본인의 수리비보다 더 많은 가해자의 렌트 비용을 보상하면서 발생하던 민원이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법원에서는 금감원의 제도 개선 취지와는 상반되게 주행 성능, 승차감, 디자인, 브랜드를 고려해 렌트 비용을 보상하라는 판결이 잇따라 내려지고 있다. 그러자 고가의 외제차 소유자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렌터카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법원의 판결을 인용해 전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10여 년 전의 민원과 불필요한 소송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부분 서로의 과실로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에서 고가의 차를 타던 당사자가 수리 기간 이용하는 렌터카에 대해 자신이 평소에 타던 고가의 외제차와 똑같은 차량이어야만 한다는 요구를 상대편 운전자와 일반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도 승차감·디자인·브랜드까지 고려하면서 말이다. 결국 외제차 사고가 나면 외제차로 대차해야 한다는 논리는 일반 시민의 편의나 법리적 논거에 부합하는 주장이라기보다는 외제차 대차로 더 많은 이익을 내려는 렌터카 사업자의 입장이 강조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리적으로도 외제차 사고 때 외제차로 대차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배상책임보험은 민법의 손해배상법리가 적용되는 항목인데 법률상 손해배상은 이미 발생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 즉 ‘통상의 손해’를 배상함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인배상책임의 입원료도 보험약관이나 법원의 판례에서 6인실이나 4인실 비용을 통상의 손해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피해자가 본인의 선택으로 1인실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6인실과 1인실 사이의 사용료 차액은 피해자 본인의 부담으로 한다. 장례비의 경우에도 인정되는 손해배상 금액은 500만 원 정도며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피해자 측이 부담한다. 따라서 통상의 손해를 초과하는 고가의 차량(특히 외제차)을 사용하는 비용은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법이 인정하는 정의에 부합할 것이다.
보험 당국도 렌트하지 않는 경우에는 기존에 지급하던 교통비를 상향 조정해 불필요한 렌터카 사용을 억제하거나 연식이 오래된 고가 외제차는 현재의 중고차 시세에 맞게 렌트비를 책정하는 등의 개선책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