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에 도달하는 길이란 어떻게 보면 간단합니다. 지출을 줄이고 수입은 늘려 투자를 잘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옷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앞으로 절대 옷을 사지 말고 절약하자고 다짐한다고 해서 그게 가능할까요. 수입을 늘려보겠다고 몸값을 올려 이직하자 마음만 먹는다고 그게 되는 건가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지출의 우선순위도 매길 수 있고 수입을 늘리는 방법도 찾을 수 있는 법입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강환국 작가는 어떻게 ‘파이어(FIRE)’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첫 단계이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기 은퇴를 꿈꾸는 나의 동기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를 알고 나만의 꿈을 설정해야 그걸 목표로 달려갈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파이어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머리글자를 딴 조어로 경제적 자유를 이뤄 조기 은퇴를 하는 것을 말한다. 강 작가는 이런 파이어를 꿈꾸는 2030세대의 롤 모델 중 한 명이다. 그는 2021년 만 38세의 나이로 12년 다닌 ‘신의 직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관뒀다. 지금 그의 정체성은 수십억 원의 자산을 굴리는 전업 투자자이자 ‘거인의 포트폴리오’ ‘파이어’ 등 7권의 책을 낸 작가, 2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유튜버이자 스타 강사다. 그야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부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강 작가 본인이 주식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투자 고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책 ‘파이어’에서 연 지출 25배 또는 2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모아야 원금 훼손 없이 생활비를 만회할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고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강 작가는 ‘퀀트 투자’라는 일종의 자동화된 투자법을 대중에 유행시킨 당사자다. 제일 처음 낸 책인 ‘하면 된다 퀀트 투자’도 자신의 투자 전략을 공개한 재테크 서적이었다.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2006년 졸업 논문을 준비하면서 처음 퀀트를 만났다고 한다. 당시 흥미 있던 일이 바둑과 주식 투자밖에 없어 주식으로 논문을 쓰겠노라 하니 교수가 참고 논문 몇 개를 던져줬는데 퀀트 전략을 담고 있었다. 강 작가는 “고상한 연구만 할 것 같던 경영학과 교수들이 실제로는 돈을 어떻게 벌까를 궁리하는 논문을 엄청나게 많이 썼더라”면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고 따라 해봤더니 실제로 돈이 벌렸다”며 웃었다.
이후 강 작가는 퀀트 투자로 꾸준히 자산을 불려왔는데 어느 날 한국의 주식 고수라는 사람들이 이 좋은 투자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자신의 투자에 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고, 영상을 찍고, 책을 썼다. 2020년 투자 열풍이 불며 유명 투자 유튜버들이 그를 찾는 일이 잦아졌고 특히 2021년 출간한 ‘거인의 포트폴리오’가 히트를 쳤다. 또 책을 쓰자거나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천직’을 만난 듯 즐거웠다고 한다. ‘회사 일보다 내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는 강력한 동기가 생겼고 파이어의 삶을 택했다.
강 작가는 파이어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직장 생활도 즐거웠지만 과거에는 회사 사람들과 회사 이야기만 했다면 지금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채로운 경험을 한다”면서 “내가 잘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생산성은 더 좋아져 최근 일곱 번째 책 ‘주식투자, 강환국이 묻고 GPT가 답하다’를 펴냈고 여덟 번째 책도 벌써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작가로서의 그의 목표는 100권의 책을 내는 것이다.
“이미 6권의 책을 펴낸 마당에 10권을 목표로 잡기에는 꿈이 너무 작지 않습니까. 높은 목표를 세팅해야 그걸 보고 달릴 수 있는 것이니까 일단 100권을 목표로 했습니다. 또 10·100·1000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목표를 세워뒀는데 10년 안에 자산 10배 증식, 100권의 책,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 등입니다. 제가 아직 젊은데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꿈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