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천억 도대체 어디에 썼나"…비 새는 기재부·한은 신청사

곳곳 하자투성이…직원 분통

"관리 감독 제대로 했나" 지적

이달 5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다. 우영탁기자이달 5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다. 우영탁기자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양대 축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새 건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빗물이 새는 등 갖은 하자로 빈축을 사고 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신축한 공공기관 청사가 잇따라 말썽을 일으키면서 시공 단계부터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올해 3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이달 5일 빗물이 새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청사 곳곳에 비가 새면서 이곳저곳에 고무 대야가 깔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해당 건물은 2020년 4월 이후 총사업비 3452억 원을 들여 30개월 동안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10월 준공됐다. 한때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설치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던 건물인 만큼 대통령이 물 새는 공간에서 근무할 뻔한 셈이다.



당시 세종에 내린 하루 강수량은 20㎜도 되지 않았는데도 비가 줄줄 샜다. 한 직원은 “고작 이 정도 비로 물이 새면 한여름 장마·태풍이 왔을 때는 어떨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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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이 끝난 한국은행 본관과 신축 통합 별관. 조지원 기자리모델링이 끝난 한국은행 본관과 신축 통합 별관. 조지원 기자


한은도 지난달 말부터 부서마다 순차적으로 신축 본관과 통합 별관으로 이전하고 있다. 총공사비 3617억 원 이상을 들여 지은 이곳도 이달 18일 빗물이 샜다. 그러나 물 새는 것은 고민도 아니라고 할 정도로 여러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신축 본관에 위치한 한 화장실은 변기가 역류해 오물이 솟구치는 문제가 발생했고 건물 곳곳에 변기가 막혀 있어 사용이 쉽지 않다.

여기저기에 흩어진 부서를 한곳에 모으는 과정에서 업무 공간도 비좁아졌다. 그러다 보니 등을 맞대고 앉은 사람과 동시에 일어서면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고 머리를 조금만 뒤로 젖히거나 기지개를 켜면 뒷사람을 치게 된다. 일부 부서는 책상도 간신히 놓을 정도의 공간만 마련돼 있어 업무용 보조 책상은 넣지도 못했다. 어린이집이나 구내식당 등 일부 공용공간은 크게 개선됐으나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한은 직원들은 3600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어디에 썼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한은은 통합 별관 건축계약을 조달청에 일괄 위임했는데 물가 상승 등으로 계약 변경이 이뤄지면서 전체 공사비는 3617억 원을 넘을 예정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생명본관에 6년 동안 세 들어 살면서 낸 임대료만 936억 원이다. 더구나 한은은 조달청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착공 시기가 늦어져 손해까지 봤다. 한 직원은 “새로 지은 본관이나 통합 별관 어디를 봐도 그 많은 돈을 썼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이창용 총재가 취임하고도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불만이 큰데 통합 별관 입주 이후 박탈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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