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채권의 시간…올 ETF에 4조 이상 '뭉칫돈'

채권형 설정액 17조3000억원

감소세 보인 주식형과 대조적

채권 발행규모도 77조로 증가

은행이자 낮고 증시는 일부 쏠려

금리정점론에 당분간 인기 지속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시장에 투자금이 계속 몰리고 있다.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올해 들어서만 4조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는가 하면 채권 발행액 자체도 매달 증가하고 있다. 증시에서는 2차전지 등 일부 종목만 오름세를 보이고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기준금리(3.50%)에도 못 미치는 데다 금리 정점론도 제기되고 있어 이자·자본 소득을 모두 노릴 수 있는 채권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ETF 설정액은 이달 19일 기준으로 17조 299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 1월 2일의 13조 2681억 원보다 4조 317억 원 늘어난 수치다. 국내 주식형 ETF 설정액이 같은 기간 35조 234억 원에서 34조 9185억 원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채권형 상품만 유독 주목받은 셈이다. 수익률도 국내 주식형 ETF는 이날 기준으로 1년간 0.08% 손실을 본 반면 국내 채권형 ETF는 3.16%의 이익을 올렸다.



채권형 ETF의 인기는 최근 들어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달 14일 상장한 ‘ACE 미국 30년 국채 액티브(H) ETF’의 경우 한 달 만인 전날 순자산액이 500억 원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상장일부터 4월 19일까지 해당 ETF를 27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총 309억 원의 개인 순매수 금액 중 161억 원이 이달 집중됐다. ACE 미국 30년 국채 액티브(H) ETF는 미국에서 발행한 30년 국채 중 잔존 만기가 20년 이상인 채권을 편입하는 지수를 비교 지수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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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관련 ETF뿐 아니라 채권 발행액 자체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월 58조 6158억 원에 그쳤던 채권 발행 규모는 2월 71조 5700억 원, 3월 77조 136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4월 들어서도 이날까지 52조 6063억 원어치가 발행돼 3월 1~20일 기록한 48조 9185억 원 수준을 웃돌았다.

채권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은행 예금과 주식 모두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리 정점론까지 제기되면서 은행 이자 수익에 대한 기대치는 더 낮아진 상태다. 주식시장의 경우 특정 업종과 종목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전체 지수를 견인하고 있다는 게 불안 요소로 꼽힌다.

채권은 주식·예금과 달리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소득을, 내려가면 매각 차익을 각각 노릴 수 있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다. 올 들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110~3.878% 사이에서 요동쳤지만 채권시장 전체는 꾸준히 강세를 보인 이유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채권형 ETF는 발행 시점에 정한 대로 지급하는 이자를 활용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금리 인하가 가까워진 시기에는 추가적인 자본이득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완전히 안정화될 때까지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쉽게 식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이후 채권형 ETF의 설정 잔액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새 수요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채권 수급과 관련해 우호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자산운용 업체 관계자는 “이제는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개인투자자들까지 채권 투자에 대거 나서고 있다”며 “국내와 해외 채권 투자 ETF를 조만간 잇따라 추가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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