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동십자각]금융개혁 용두사미 안된다





“한국 경제 발전을 금융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은행의 경영·영업관행·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통령실의 의지도 확고한 만큼 흐지부지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지난 달 만난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진행 중인 금융개혁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과거 정부들처럼 말 잘 듣는 은행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관치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금융지주 회장의 선임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고, 고금리 시대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돈 잔치를 벌이는 은행에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자 놀이만 하지 말고 ‘글로벌 메가 뱅크’처럼 다양한 사업을 해야 한다며 현실에 안주한 은행을 질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와 달리 금산분리 완화, 부수업무 허용 확대 등 다양한 규제 개선도 약속했다. 꽤 설득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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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에 대해 은행권은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라는 반응이 많았다. 은행을 때리면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오르니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그럴듯한 분석도 나왔다. 그래서 지금은 불만이 있더라도 납작 엎드려야 할 시기라고 했다. 금방 그칠 소나기라면 잠시 몸을 피하는 게 옷을 젖지 않게 하는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금융개혁을 말한 지 두 달 여가 지났다. 초기에는 정신없이 은행을 휘몰아쳤지만 어느덧 분위기를 보니 정부의 호언장담보다는 금융권 예상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임원들의 성과급과 보수 제한, 사회적 책임 확대, 금리 인하 등 규제를 더 강화하는 개선안은 나왔지만 정작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는 큰 진전이 없어 보인다. 기존 은행 간의 과점적 행태를 바꾸고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언급한 특화은행이나 지방은행 설립은 중장기 과제로 넘긴다는 전망이 당국 내부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네거티브 방식의 부수업무 확대 방안도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하는 등 기대보다 제한을 많이 둔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아직 논의 중이니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6월 발표할 개선안이 은행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한 규제 완화 내용 없이 은행을 옥죄는 내용으로만 채워진다면 이번 금융개혁은 정당성을 잃어버린 채 정치성만 부각될 것이다. 아직 두 달 정도 시간이 남았다. 금융개혁이 시작만 요란한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경제와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개선안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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