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업 토스(toss·비바리퍼블리카)가 신세계(004170)그룹의 SSG페이와 스마일페이 등 페이사업부를 인수해 토스페이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토스는 신세계 페이 사업의 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세계에 자사 지분 일부를 넘기는 방식을 협의 중인데 신세계도 결제와 온라인쇼핑 간 시너지를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인 SSG닷컴 내 SSG페이사업부와 또 다른 계열사인 G마켓 산하 스마일페이사업부를 토스에 매각하기로 하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신세계가 간편결제를 맡은 페이사업부들의 매각 의향을 밝혀 토스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인수 경쟁에 나섰는데 토스가 승기를 잡은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신세계의 페이 사업 가치를 놓고 이견이 컸던 데 비해 토스는 현금 지급과 함께 지분 교환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을 제안해 신세계의 호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는 자회사인 토스페이먼츠의 간편결제 사업 확대와 함께 진행 중인 신규 투자 유치의 성공적 완료를 겨냥해 신세계 페이 사업 인수에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측은 페이 사업 매각을 확정한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토스와 매각 문제를 협의 중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토스는 SSG페이와 스마일페이사업부의 인수가를 1500억 원 이상으로 보고 신세계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조율 과정에서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 페이사업부의 가치는 매각 이후 신세계그룹이 캡티브 물량 거래를 얼마나 보장해줄지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토스 지분을 일부 신세계에 넘기는 측면이 있어 (토스의) 기업가치 평가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가 SSG페이와 스마일페이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하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간편결제 시장은 삼성페이를 필두로 네이버·카카오 등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데 최근 애플페이가 상륙하면서 기존 유통사에 카드·은행 등 금융회사보다 핀테크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공룡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토스는 2020년 LG유플러스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업부를 인수해 토스페이먼츠라는 자회사를 세운 뒤 온라인 일반결제 시장에 진입했다. 2020년 8월 출범 당시 월 거래액은 1조 800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3조 6400억 원으로 성장했다. 2000만 명의 토스 가입자가 토스페이 확대의 발판이다.
SSG페이와 스마일페이는 전체 시장 점유율에서는 약세지만 여성과 직장인 등 세부 소비자군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시장분석 전문 업체인 다이티에 따르면 SSG페이와 스마일페이는 지난해 상반기 휴대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 18개의 설치 횟수 집계에서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다만 18개 앱 가운데 SSG페이는 여성 사용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스마일페이는 40대 사용자 비율에서 1위, 직장인 중복 설치 비율에서 2위를 차지했다. 두 서비스가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에서 강점을 가진 셈이다. SSG페이의 고객 수는 960만 명, 스마일페이의 고객 수는 1650만 명으로 유통 업계 내에서는 상위권에 속한다.
토스가 자사 지분을 넘겨 페이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현금 확보 부담을 줄이면서 토스의 기업가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토스는 현재 국내외 벤처캐피털(VC)을 대상으로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고금리로 벤처 투자 심리가 위축돼 전반적인 플랫폼 기업의 가치는 하향세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에 지분을 넘기면 토스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향후 페이 사업의 성장성 등을 반영해 몸값 하락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세계도 토스에 페이 사업을 넘기지만 주주로 남기 때문에 온라인쇼핑 확대 등에서 전략적 제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페이 사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