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하버드·MGH·모더나 밀집한 보스턴…mRNA백신 산파 됐다[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 보건의료·경제·안보 핵심, 첨단 바이오 시대 열자

<상> 바이오 혁명 몰아친다 - 뭉쳐야 사는 혁신 클러스터

보스턴, 대학·제약사·병원 몰려

연구→상업화 선순환 생태계 탄탄

바젤, 기업 700곳·연구소 1000개

연간 R&D 투입 자금만 210억弗

韓 지자체별 파편화…시너지 없어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가 세계를 휩쓸던 와중에도 기회를 잡은 벤처기업이 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와 지질나노입자(LNP) 기술로 이를 뒷받침한 바이오엔테크다. 모더나의 매출은 2019년 6020만 달러(약 800억 원)에서 2021년 184억 7100만 달러(약 24조 5000억 원)로, 바이오엔테크 매출도 2019년 1억 800만 유로(약 1580억 원)에서 2021년 189억 7670만 유로(약 27조 8000억 원)로 폭등했다. 일약 글로벌 톱20 제약사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혁신 생태계와 만나면 어떤 성과를 내는지 증명하는 사례다. 모더나는 하버드 의대 교수였던 데릭 로시가 로버트 랭어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함께 2010년 창업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았다. mRNA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스턴의 바이오 생태계에서 결국 성공 신화를 썼다. 창업 전문가인 랭어 교수는 바이오 벤처캐피털인 파이오니어링의 누바르 아페얀 회장과 손을 맞잡았고 아페얀 회장은 프랑스 진단 기기 업체 비오메리외의 회장이었던 스테판 방셀을 모더나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어 방셀은 노벨상 수상자인 잭 쇼스택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소 연구원을 지속적으로 스카우트하며 결국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썼다.

바이오엔테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모더나뿐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인 화이자와도 손잡았다. 바이오엔테크의 창업자 우구어 자힌은 “화이자와의 협력이 없었다면 백신 개발 이후 배포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했다. 화이자 역시 mRNA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힘입어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 달러(약 130조 원)를 돌파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매출 1위를 지키던 존슨앤드존슨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등극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혁신 바이오 생태계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우리도 정부가 K바이오의 도약을 위해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기존 제약·바이오의 틀을 뛰어넘는 첨단 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보스턴을 찾는 것도 이곳에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기 때문이다.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병원·투자사는 물론 이를 지원할 정부·공공기관의 혁신 의지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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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찾을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이 같은 구성 요소를 모두 갖췄다. 하버드·MIT 등의 대학을 필두로 병원 중 연구비 지원 규모 세계 1위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있다. 아울러 머크·화이자·BMS·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도 입주했다. 랭어 교수가 출원한 특허 1050건 중 250건이 공동 창업한 회사 몫으로 배분되는 등 대학의 연구 결과가 기업의 특허로 활용되고 연구 성과의 상업화를 위한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 전문적인 지원도 확실하다.

스위스 바젤과 싱가포르·이스라엘 등도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힌다. 바젤의 경우 독일·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시로 세계적인 제약 기업 로슈와 노바티스의 본사가 있다. 700개가 넘는 바이오헬스 기업과 1000여 개의 연구 조직은 덤이다. 이곳의 핵심은 낮은 법인세율이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13.04%로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지식재산(IP)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바젤에서 연간 투입되는 연구개발(R&D) 자금은 210억 달러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 역시 싱가포르국립대·난양공대 등 대학과 정부 주도로 유치한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 시설이 맞물려 아시아 최고 수준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다. 이스라엘도 대학과 연구소의 뛰어난 바이오헬스 기술을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들과 비교하면 바이오 산업에서 혁신 생태계가 부족하다. 기존 제약사는 복제약 중심의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 문화가 여전하고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에도 혁신적인 R&D 및 기술사업화 풍토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의사의 실력이나 디지털 기술 측면에서는 세계적 수준이나 산학연 간 융합 연구도 크게 미흡하다.

특히 한국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클러스터라는 말에 맞지 않게 파편화됐다.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가 저마다 의료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인천 송도, 경기 판교, 충북 오송, 대전 대덕을 국내 4대 바이오 클러스터라고 하는데 각각의 특장점이 달라 서로 융합되지 못한 채 겉도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투자 전 회사에 들러 연구 시설과 인력을 확인하는데 전국 8도를 유람하는 느낌”이라며 “개발·생산·마케팅 전문가들이 자주 모여야 하는데 만나기조차 여의치 않다”고 꼬집었다.

박진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시장분석팀장은 ‘주요 국가별 정부 주도형 바이오 클러스터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오 산업은 R&D부터 산업화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산업으로 단계적 협업을 위해 기업과 병원·대학·연구소가 물리적으로 밀집된 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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