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팹리스’ ARM, 자체 칩 개발…“설계 역량 과시 위한 시제품”

FT “전자기기용 반도체 시제품 개발”

직접 판매 또는 라이선스 계획 없어

IPO 이후 신규고객 유치 등 목적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CEO가 2016년 영국 암(ARM) 인수 당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CEO가 2016년 영국 암(ARM) 인수 당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ARM이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ARM이 향후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직접 나설 경우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만드는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에 ARM의 자체 칩 개발은 자사 설계도의 역량을 과시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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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소식통을 인용해 ARM이 6개월여 전부터 ‘솔루션 엔지니어링’ 팀을 꾸려 모바일 기기, 노트북 등 전자기기용 반도체 시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솔루션 엔지니어링 사업부의 수장은 지난 2월 ARM의 경영진에 합류한 케보크 케치찬(Kevork Kecchichian)이 맡았다. 그는 퀄컴에서 스냅드래곤 개발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현재 개발 중인 반도체는 현존 제품보다 진보한 제품으로, 반도체 제조업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겨냥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FT는 “이번 칩 개발 소식은 ARM이 고품질 제품 개발에 성공할 경우 이를 판매하고자 할 것이고, 미디어텍, 퀄컴 등 주요 고객사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다만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ARM이 개발 중인 제품을 판매하거나 라이선스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자사 설계를 기반으로 한 시제품을 앞세워 설계 디자인의 우수성을 시장에 과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ARM은 그간 반도체 개발이나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반도체 제조사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FT는 “상업용 판매를 위해 반도체를 개발할 경우 반도체 업계 중립국으로서의 입지를 스스로 훼손하게 된다”며 “반도체 회사들과 직접 경쟁하는 대신 거의 모든 회사에 설계 디자인을 판매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RM은 올 연말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사업구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지난 달에는 로열티 부과 기준을 기존 반도체 칩 가격에서 해당 반도체 칩이 들어간 모바일 기기 평균판매가격(ASP)으로 변경해 수익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ARM은 지난 주 내놓은 연례 보고서에서 일부 고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지난 해 기준 ARM의 전체 매출에서 상위 20개 고객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6%에 달하는 실정이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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