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무료 택시호출까지…국회 '깜깜이 콜' 추진

■운수사업법 개정안 25일 재상정

플랫폼택시 '목적지 미표시' 입법화

국회서 "유료무료 구분해선 안돼"

업계 "국민 편의·혁신 무시" 반발

국토차관도 "앱 꺼놓고 영업할것"

'제2의 타다' 사태 재연될까 우려


플랫폼 택시 기사가 승객이 타기 전까지 목적지를 알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입법화 수순을 밟으면서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유료 호출뿐만 아니라 무료 호출에도 목적지 미표시를 강제해야 한다며 전면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자 택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벤처업계는 '제2의 타다 금지법'이라며 생존 위협을 호소한다. 경기침체로 인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영하는 법인택시업체 2곳이 전체 휴업을 결정할 정도로 악화한 경영 환경에서 업계를 옭아매는 규제가 더해질 경우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가 고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2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 플랫폼 중개 사업자 등의 목적지 미표시를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25일 재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택시 기사들이 승객의 목적지를 보고 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는 단거리 승객의 호출은 받지 않고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4월 발의됐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대부분 택시 관련 단체는 “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편의를 증진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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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유료 호출에 한정한 국토교통부 시행령안을 무료 호출까지 넓히자는 의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강대식·박정하 국민의힘 의원과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전면 도입을 주장했다. 민 의원은 "유료나 무료로 구분하면 승차 거부 자체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벤처업계는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벤처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여성벤처협회 등 7개 단체가 참여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모빌리티 벤처기업의 혁신과 창의성을 가로막는 규제 강화에 반대한다"며 "최근 법률 개정 움직임은 다시 '제2의 타다 금지법'을 만드는 것으로, 모빌리티 벤처업계가 좌초됨은 물론 국민의 이동 편의성 자체도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의회는 이어 "이번 법률 개정은 택시산업 변화의 싹을 자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특히 법안이 통과되면 승객과 기사 모두의 이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목적지 표시를 금지하더라도 단거리 승객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어 승차 거부와 호출 골라잡기 풍토가 사라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목적지가 불분명한 승객을 애플리케이션으로 태우기보다는 택시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배회 영업’이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도 11일 법안심사소위에서 "강제화한다면 오히려 앱을 꺼 놓고 다닐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며 "소비자들 피해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무료호출에 대해서까지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목적지 미표시가 무료 호출에도 적용될 경우 택시업계의 경영 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우려도 나온다. 택시비가 급격하게 인상되고 경기 침체로 가계의 구매력까지 떨어져 승객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규제가 더해지면 이용객 감소는 물론 택시기사 수급도 열악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서비스의 한계도 있지만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는 택시 업계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면서 "목적지 미표시 등 서비스 환경이 바뀌면 택시기사의 근무 환경이 악화하면서 구인난이 심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택시 관련 단체들이 목적지 미표시에 찬성하고 나섰다는 이유로 법안이 통과돼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익단체와 현장 기사들의 입장이 다르기에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 차관은 “목적지 미표시와 관련해 기사들의 입장도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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