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정부랑 일하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가? 정부랑 일하면 끌려다니는 건가? 역사적으로 그럴지 모르지만 이런 분위기는 새 건물(본부) 오면서 끝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취임 1년을 즈음해서 이 총재가 정부와의 정책 조합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반박이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 1주년 및 본부 재입주를 기념으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저는 데이터를 보고 시장 상황을 보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좋은 방안을 금융통화위원회와 결정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정부랑 같이 일하면서 한은 의견을 이야기해 끌고 가고, 비둘기파가 될 땐 비둘기파가 되고 매파가 될 때는 매파가 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이 총재는 “어떤 금리를 보느냐의 문제”라고 답변했다. 그는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초단기 금리는 역사적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통화안정증권 1개월과 3개월 금리는 많이 내려 어떤 요인인지 볼 필요가 있다”며 “통안채 91일물은 초단기 움직임과 관계없이 시장 기대나 이런 것이 반영돼 앞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해 반영하는 것이라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가는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고 우리가 훨씬 폭도 작다”며 “전반적으로 시장금리가 올라서 회사채나 자금시장 신용, 부동산 금리 등 이런 데서 받는 영향을 보면 긴축적 통화정책이 효과 없을 정도로 반대로 가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도한 방향대로 긴축 효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도 물가에 어떤 영향을 더 주는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시중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대해서는 “한은이 인식하는 자금시장 등 현재 상황과 행장들의 의견에 차이가 있는지 이번 미국 출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이 총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지금 통화스와프가 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취임 1년 소회에 대해서는 “1년 동안 예상 밖으로 물가가 많이 오르고 한동안 외환시장이나 자금시장 문제로 정신없다”라며 “아직 쉬운 상황이 돌아오지 않았고 물가나 금융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 1년의 의미가 별로 없다”고 답변했다. 직원 처우 문제에 대해서는 “한은 직원들이 자기 능력에 맞는 보수를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공공기관이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좋은 처우가 무엇인지를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