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 사태가 2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세계 각국이 본격적인 자국민 철수 작업을 벌였지만 교전 격화로 점점 탈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전 세계 각국이 특수부대와 항공기·군함 등을 투입해 수단에서 교민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23일(현지 시간) 전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24일 BBC방송에서 전날 외교관과 일부 시민들을 수단 수도인 하르툼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남은 교민들을 탈출시키기에는 “(상황이) 심각하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단 내 영국인들이 방치됐다는 지적에 대해 “여전히 정부는 수단 내 영국인들을 절대적으로 지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휴전 전까지는 영국 국민에 대한 우리의 지원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외교관을 먼저 대피시킨 이유에 대해 “이들을 겨냥한 구체적인 위협과 폭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명도 이어졌다.
NYT는 23일 자정 직후 하르툼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90여 명이 헬기로 대피한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인도·캐나다 등 각국이 본격적인 탈출에 나섰다고 전했다.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엑소더스’ 신호탄을 쏘아 올린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뒤를 이어 각국이 지부티·에티오피아·사우디·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자국민을 이송하고 있다.
다만 철수 작업이 대부분 외교관을 중심으로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인도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수단 영공에서 외국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한 데다 지상 이동도 위험해 치안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인터넷 접속 역시 거의 차단되면서 하르툼 외 다른 도시에 거주하는 교민들과의 소통도 불가능해 사실상 수도 내 외교관과 그 가족들을 제외한 교민 대부분의 발이 묶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전히 수단에 미국인 약 1만 6000명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당장 이들에 대한 철수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 전직 외교관들을 중심으로 제기된다고 전했다. 서방 국가들이 임박한 위험 기류를 감지하지 못하고 수단 군부의 민정 전환 합의를 지나치게 낙관한 결과 자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