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슬픔이 하나

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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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슬픔이 하나



한려수도 저 멀리 물살을 따라

남태평양 쪽으로 가버렸다.

오늘은 또 슬픔이 하나

내 살 속을 파고든다.



내 살 속은 너무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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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슬픔을 보지 못한다.

내일은 부용꽃 피는

우리 어느 둑길에서 만나리

슬픔이여,

어제는 기쁨이 하나 구멍 난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갔다. 동전처럼 소리도 없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굴러갔다. 오늘은 또 기쁨이 하나 알사탕처럼 녹아버렸다. 달디 단 맛이 혀를 춤추게 하더니 어금니 충치 사이로 숨어들었다. 내일은 또 슬픔을 감싼 당의정처럼 내일의 기쁨이 찾아올 것이다. 기쁨은 나를 잊게 하고, 슬픔은 나를 만나게 한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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