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중 패권 경쟁의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려면 한국이 중재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명예원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창립 30주년 기념 특별 국제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버그스텐 원장은 “향후 글로벌 경제는 미·중 패권경쟁 속 지도자 없는 미래를 맞을 위기에 놓여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안보와 정치적 영역에서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경제적 문제에 있어서는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버그스텐 원장은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버그스텐 원장은 “한국이 미·중 경쟁의 중심에 있는 만큼 적극적은 중재자로 기능적 디커플링 추진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한국이 다른 주요 중소국들과 함께 세계가 재앙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앤 크루거 전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보호 무역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세계 경제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며 “다자간 세계무역기구(WTO) 접근 방식을 복원하고 국제 경제가 보호주의에서 개방과 자유화로 다시 회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같이 위기 속에서도 자국 보호를 위한 폐쇄 정책을 최소화한 국가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정책 공조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메간 오설리반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지정학적 위기와 탈세계화 문제는 1970년대 중동의 정치적 위기와는 다른 개념의 새로운 에너지 안보 위기를 유발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다자주의에 기반해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통합과 상호 연결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프라이즈 PIIE 선임연구원은 “(주요국 정책간) 긴장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경쟁과 분열로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술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며 “주요국이 핵심 산업 분야에서 정책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은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저탄소 기술과 기후정책 경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 총리는 “현재는 경제와 안보가 긴밀하게 연결된 시대”라며 “저탄소 경제 체제로의 전환은 탄소 중심의 한국 경제·산업에 큰 위협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은 전세계 공통 과제인 만큼 양자 및 다자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한국 기업이 무탄소 전원 활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