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에만 예금이 1000억달러 급감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이 최대 1000억달러의 자산매각, 이른바 ‘배드뱅크’ 신설 등을 고려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시작된 미국 은행권을 향한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더 많은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FRC가 사업활동을 회복할 수 있는 옵션이 점점 줄어들면서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FRC는 전날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예금이 1000억달러 빠져나가 전분기대비 40% 감소했다고 밝혔고, 은행이 계속 영업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며 주가가 50% 폭락했다. 이에 팩웨스트, 자이온, 웨스턴얼라이언스 등 중소형 은행들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으며, SVB 파산 후 다음 위험지대로 지목된 증권사 찰스슈와브도 4% 하락 마감했다. 대형은행도 예외가 아니라, JP모건 주가도 2% 떨어졌다.
FRC 측은 실적 발표를 전후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최대 1000억달러까지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 부실자산만 모아서 배드뱅크를 설립해 분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가 대형 은행, 사모펀드(PEF)들을 재차 소집해 앞서 월가 대형은행이 FRC에 300억달러를 예금하며 자금을 지원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돕게 해 달라 요청하는 것도 포함됐다. FRC는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모든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방안 모두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크리스토퍼 울프 피치 북미 은행부문 책임자는 “누군가 FRC를 인수한다면 일부 자산에 대한 상당한 감가상각을 동반해야 할 것”이라며 “주주가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누가 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치아베리니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배드뱅크’ 시나리오에 대해 “좋은 자산, 나쁜 자산을 나누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매우 도전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FRC 등 미국 금융회사들이 월가 금융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예금 유출을 겪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을 향한 우려가 다시금 점차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은행들이 고객에게는 예금을 안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위기를 탈출할 유동성이 있다고 확신시켜야 하는 두 가지 과제 앞에서 휘청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예금 감소 폭이 유의미한 수준이라, 자산 기반도 그만큼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이 같은 유동성 문제는 곧바로 수익구조를 향한 의문으로 직결된다. 특히 은행들이 2분기에는 핵심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에서 압박을 받으면서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