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전 세계 기업공개(IPO)가 299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글로벌 은행 리스크 확대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미래 성장보다 현재 가치를 우선시하는 흐름이 전개되면서다. 조달 금액은 전년보다 60% 이상 줄어들었다.
27일 EY한영은 ‘2023년 1분기 EY 글로벌 IPO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고 올해 1분기 글로벌 IPO는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든 299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조달금액은 총 215억 달러(약 29조 원)로 61% 급감했다.
IPO 부진에도 자금이 융통됐던 산업은 테크다.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총 62건으로 전체 21%를 차지했다. 조달금액 기준으로는 에너지 부문이 59억 달러로 전체 27%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월 상장한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공사 애드녹(ADNOC)이 총 24억 7600만 달러를 조달하며 유일한 빅딜(10억 달러 이상)로 이름을 올렸다.
특수목적합병법인(SPAC) 상황도 비슷했다. 성적 부진과 청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SPAC IPO는 16건으로 6년 만에 최저, 조달금액은 9억 달러로 2016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1·4분기 글로벌 IPO 건수 59%를 차지했다. 한국은 올해 들어 총 13건의 IPO를 성사시키며 건수 기준으로는 글로벌 9위에 올랐다. 다만 모두 5000만 달러 미만의 코스닥 상장 건으로 ‘빅딜’은 없었다. 중국은 연초 경제활동을 본격 재개함에 따라 보다 활발한 IPO 활동이 예상됐지만 기대치에 비해서는 보수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정익 EY한영 감사부문 마켓리더는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글로벌 은행 시스템 불안 가중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성장보다 명확한 수치에 기반한 가치 제고를 우선시하게 된 결과”라며 “유동성 부족의 현 상황을 당분간 견뎌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지나 완화되고 중국 경제가 반등하는 등 시장 안정화 신호가 보이면 그동안 지연된 IPO 활동이 재개되겠지만, 이전에 비해서 밸류에이션은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