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온기가 돌지 않는 이유는 중국의 정보기술(IT)기기에 대한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경기가 다소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반쪽’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중국 리오프닝 효과의 주요 요인 분석과 대응' 보고서를 통해 리오프닝이 아직 가전 수요 회복 지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거시 지표는 대체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신규주택가격이 지난해 11월 16개월동안 이어지 하락세를 끊고 반등을 시작해 지난 3월에는 전월 대비 0.44% 상승했다. 중국의 경우 전체 경제에서 부동산 관련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해 자산가치 상승이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 3월 전년 대비 각각 3.9%, 9.2%씩 증가하며 완연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동향 지표인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도 지난 3월 51.9를 기록해 석 달 연속 기준치인 50을 넘겼다. 이는 향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인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같은 '봄기운'에도 우리나라 핵심 수출 품목인 IT 제품의 중국 내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IT 제품 판매가 부진하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 수출과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잇다는 것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중국 내 IT 산업 재고가 2019년 말 대비 60% 증가한 수준에서 과거 추세를 상회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과 내수소비가 IT 재고 소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소비가 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제품군 별 회복 속도에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이날 '중국 및 넥스트차이나 수출 부진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품 중 중국 내수용 비중이 76.1%로 집계됐다고 분석하면서 최근 한국의 대중 수출 부진은 현지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동하 부산외대 교수는 "중국 내수시장 회복이 상반기 외식업, 화장품, 의류,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일어나고 가구와 대형가전 등은 부동산 경기 회복 등에 따라 회복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