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커지는 美 침체 공포, 우리도 ‘L자형 장기 불황’에 대비해야


미국 경기가 심상치 않은 속도로 꺾이고 있다. 27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는 연율 환산 기준 1.1%로 전년 4분기(2.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시장의 예상(1.9%)을 크게 밑돌았다. 인플레이션과 고강도 긴축에 최근 은행 파산에 따른 신용 경색 우려까지 더해져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은 수출 위기에 빠진 한국이 올해 들어 꾸준히 수출을 늘려온 주요 시장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한국으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마저 뒷걸음질친다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된다.



우리나라 통계청이 28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6% 증가했다. 그럼에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월 반도체 생산이 35.1%나 늘어 기업 생산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일시적인 기저 효과일 뿐이다. 설비투자는 외려 2.2%나 감소했다.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 여건이 더 악화하면 우리 경제는 하반기 이후에도 부진에 허덕이는 ‘L자형 장기 불황’의 터널에 갇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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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87조 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 원가량 덜 걷혔다. 세수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재정을 동원한 경기 부양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 불황을 피하려면 기업의 과감한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새로운 수출 길을 뚫는 것이 급선무다. 규제 혁파와 금융·세제 인센티브 제공 등 기업 경쟁력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선제 조치가 필수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으로 물꼬가 트인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진전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을 대체할 수출 품목을 발굴하고 인도·중동·아세안 등 성장 여력이 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구체적인 수출 확대 전략을 짜야 한다. 정부 경제팀은 바짝 긴장해 실시간으로 글로벌 시장 동향을 점검하면서 불경기 극복 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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