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악화됐다. 상위권 카드사는 비교적 실적 방어에 선방했지만 중하위권 카드사는 순익이 급감하는 등 격차가 큰 모습이다. 아울러 연체율도 전반적으로 오르는 등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30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전업 카드사 5곳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총 460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5957억 원) 대비 22.7% 하락했다.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 곳은 하나카드로, 올해 1분기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546억 원) 대비 63% 감소한 202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는 전년 동기(855억 원) 대비 46.4% 감소한 458억 원을, KB국민카드는 전년 대비(1189억 원) 31% 줄어든 82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음 달 발표되는 롯데카드와 현대카드의 1분기 실적도 악화됐을 것으로 점쳐진다.
상위권 카드사들도 순이익이 줄어들었지만 상대적으로 감소율은 낮았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해 1분기 1759억 원에서 올해 1분기 5.2% 줄어든 166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1608억 원에서 1455억 원으로 순이익이 9.5% 줄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중하위권 카드사들은 대형 카드사들보다 자금 조달도 수월하지 않은 등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큰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져서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예적금 등의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장기 카드 대출)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여신전문금융회사채로 조달한다. 지난해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조달 금리가 상승한 데다 ‘레고랜드 사태’ 등이 겹치면서 여전채 금리가 크게 뛰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여전채 AA+ 3년물의 민평 금리는 지난해 초 2%대 중반대였지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난해 11월 6%대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는 5%대 수준을 기록했다.
조달 금리 상승은 결국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 두 차례 동결하면서 최근 조달 금리가 3% 후반대를 기록하는 등 부담은 조금 줄어든 상태지만 조달 금리 인하가 실제 비용 감소로 이어지기까지는 3개월 이상이 걸리는 만큼 비용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카드사들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올해 1분기 기준 모두 1%를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 0.86~1.21% 수준이던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10~1.37%로 상승했다. 카드사 중 1분기 연체율이 가장 낮은 삼성카드도 지난해 4분기 대비 0.24%포인트 오른 1.10%를 기록했다. 카드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부터 올라가는 추세로, 올해 1분기에도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며 “특히 다중채무자, 소위 말하는 고위험군 고객들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어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