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대차그룹이 ‘로봇개’로 유명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에서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보행로봇 기술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에 기업가치 1조 원을 쳐준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2년여 만에 로봇 기업의 가치는 그야말로 수직 상승했다. 당장 두산로보틱스가 기업가치 1조 원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2021년 12월 기관투자가에게 투자를 받을 때 평가 받은 몸값이 4000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두 배 넘게 가치가 뛴 셈이다.
실제 증시에 상장된 로봇 기업들의 몸값이 최근 급격하게 뛰고 있다. 국내 상장된 주요 로봇 기업 10곳의 2021년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 3402억 원이었는데 4월 28일 종가 기준 시총은 4조 4175억 원으로 88% 올랐다.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로 잘 알려진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로보티즈·로보스타·에스피지·휴림로봇·미래컴퍼니·유진로봇·에브리봇·알에스오토메이션·로보로보 등이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외시장에서도 로봇 산업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30일 “금리 인상과 불경기로 벤처 투자 자금 공급이 꽉 막혀 있지만 로봇만은 예외로 오히려 투자자들이 몰려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근로자들의 대규모 확진과 공장 폐쇄 등을 경험한 세계 각국이 최근 로봇 구매를 크게 늘렸다는 평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은 2018년 42만 대가 설치된 후 2019년·2020년 39만 대로 역성장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1만 대로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로봇 판매도 2021년 12만 대로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물류로봇과 의료로봇 역시 같은 기간 44%, 23% 판매가 늘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판매 성장률이 높다. 2021년 유럽과 미국 시장의 전문 서비스로봇 판매는 각각 22%, 51% 올랐다. IFR은 산업용·서비스로봇 시장은 2021년 300억 달러에서 2025년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20~2025년 전체 로봇 시장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17%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