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이 완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예년에 비해 연초부터 빠른 속도로 계약이 체결되고 있으며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계약 상대도 다양하다. 특히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중 제약·바이오 기업이 20%나 차지한 가운데 K바이오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 올해 전체 기술 수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방미 중에만 총 1조 1891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2건을 성사시켰다. 대웅제약(069620)은 28일 미국 생명공학 투자사 애디텀 바이오의 자회사 비탈리 바이오와 자사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 물질인 ‘DWP213388’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과 일부 아시아 지역 판권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총 4억 7700만 달러(약 6391억 원)에 이전했다. 앞서 25일에는 디앤디파마텍이 미국 멧세라와 당뇨·비만 경구형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30억 원에 최대 5500억 원에 달하는 계약이다.
20일에는 카이노스메드가 중국 장수아이디와 에이즈 치료제인 ‘KM-023’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경상 기술료 없이 매출 총이익의 45%를 지급하는 형식이다. 3월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올해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약물 전달체 기술을 최대 8억 6100만 달러(약 1조 1050억 원)에 기술이전했다. 이 밖에도 진코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4348억 원에, 대웅제약은 중국 CS파마슈티칼에 섬유증 질환 치료제 ‘베르시포로신(DWN12088)’을 4423억 원에, HK이노엔(195940)은 브라질 유로파마에 위식도 역류 질환 신약 케이캡을 비공개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지씨셀·이수앱지스(086890)·차바이오텍(085660)·온코닉테라퓨틱스 등도 각각 올해 초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이처럼 연초에 다수의 기술수출 계약이 일찍 맺어지면서 한 해 전체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집계 이래 4월까지 기준 올해가 11건으로 가장 많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298380) 대표는 “통상 전년도 바이오USA나 연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라이선스 아웃 협상이 시작된 뒤 1년간 실사 등을 거쳐 연말께 계약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더욱이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바이오USA를 포함해 ‘대면’ 바이오 행사도 기다리고 있다. 한 바이오 벤처의 관계자는 “올해 계약을 성사할 시기가 다가온 기업들이 상당할 것”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핵심 전략 사업으로 바이오를 낙점하면서 글로벌 진출 지원에도 더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마련하는 보스턴 캠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CIC) 내 C&D 인큐베이션 센터는 올해 입주 기업을 20개 사로 확대했다.
기술수출 확대가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을 통해 받는 단계적 기술이전료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입함으로써 기술 경쟁력가 강화되면 종국에는 독자적 신약 개발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R&D 지원 강화, 규제 개선, 세제 혜택 확대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