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천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이른바 ‘건축왕’ 외에도 전국의 전세사기범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9일 기준 전세사기 764건을 수사해 2251명을 검거하고 211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현재 470건 피의자 1791명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임대인과 임차인, 보증 대출 관련자 등 조직적으로 전세사기 또는 불법대출을 공모한 것이 확인되면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강력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 은평구에서도 빌라 100채, 피해자 20여 명이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서울 서부경찰서에 접수된 것으로 이날 파악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대출인이 모두 허위거나 전세 주택에 거주하는 것처럼 꾸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 이들의 연관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되면 단순 가담자도 조직 차원에서 벌인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받는다. 계좌를 빌려주는 등 사기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가담자에게도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인천경찰청은 앞서 38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건축왕' 남모(61)씨 일당 61명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건축왕처럼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 수백 채를 사들인 경우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그런 일이 벌어져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계속 했다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기간에 여러 채의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경우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본다"며 "최근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사기범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세금이 오르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경우도) 충분히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